매일신문

[책] 두 천재화가의 60일간 동거 기록

고흐 고갱 그리고 옐로 하우스/ 마틴 게이포드 지음·김민아 옮김/ 안그라픽스

반 고흐, 그리고 폴 고갱. 달리 설명할 필요도 없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걸작을 남긴 두 천재화가의 삶에는 교차점이 있다. 고흐가 동생 테오의 후원으로 프랑스 남부의 따뜻한 시골 아를에서 자리를 잡은 뒤 평소 가장 이상적인 동료라고 생각했던 고갱을 설득해 시작한 약 60일간의 동거 생활이다. 바로 1888년 10월 23일부터 12월 25일까지의 일이다. 프로방스 시골 마을 아를에서 이들이 보낸 곳이 바로 고흐의 그림으로 잘 알려진 '옐로 하우스'다.

미술사적으로 이 60일은 가장 유명한 동거임에 틀림없다.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두 사람의 작품은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무엇이 고흐가 고갱에 집착하게 했고 결국 파국으로 끝난 두 사람의 동거 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에 대한 많은 자료와 연구가 공개됐지만 이 책은 두 사람이 아를에서 보낸 60일간의 일상을 세세하게 복원한 최초의 기록이다.

지은이 마틴 게이포드는 블룸버그의 수석 유럽미술 평론가. 영국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 헤이워드 갤러리 등에서 열린 전시 도록에 다수의 글을 쓴바 있는 게이포드는 충실하게 자료조사를 하면서 새롭게 드러난 최신 정보를 포함해 두 천재 작가가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었는지를 자세하게 기록한다.

두 사람의 동거는 고흐와 당시 미술상이었던 동생 테오와의 구상에서 시작됐다. 예술가들이 한데 모여 살면서 하나의 예술 공동체를 이루기를 원했던 두 사람은 고흐가 동생 도움을 받아 아를에 터를 잡으면서 그 구상을 실행에 옮긴다. 고흐에게 그 대상은 폴 고갱이었다. 테오에게 편지를 써 '혹시 고갱이 남쪽으로 올 수 있을까?'라는 기대를 내비쳤고 이런 생각은 (게이포드의 표현에 의하면) '일종의 집착으로 발전'됐다.

고흐는 5월 말부터 다섯 달 동안 고갱에게 편지를 보내 '아를에 와서 자신과 함께 살 것을 종용'했다. 자신을 금전적으로 도와주고 있던 테오도 동원했다. '가난한 고갱이 옐로하우스에서 자신과 같이 살면서 그림을 주는 대신 숙식을 제공받는 데 동의하도록' 만들었다. 고갱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도 출발은 계속 연기했다고 한다. 이 시기에 두 사람이 나눈 서신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훗날 이 서신을 통해 두 사람 사이의 교통(交通)에 대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전 해 겨울 파리에서 직접 만난 적이 있었던 두 사람은 이를 통해 훨씬 친밀해졌다. 편지 안에는 아이디어를 나누는 두 사람 얘기도 나오고 새로운 작품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그런 과정 이후에 고갱은 1888년 10월 23일 오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거의 이틀 동안의 여행 끝에 아를 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동거가 시작됐다. 고흐는 고갱을 위해 방을 준비하면서 그 안에 자신의 그림 '해바라기'를 걸어 놓았다고 한다. 6년 후 고갱은 이에 대해 시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나의 노란 방에는 해바라기들이 노란색을 배경으로 서 있었다. 해바라기들은 노란 테이블 위의 노란 화분에 심어져 있었다. 그림의 한 귀퉁이에는 화가의 서명인 '빈센트'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내 방의 노란색 커튼을 통해 들어왔던 노란 해는 방을 황금색으로 가득 채웠다. 아침에 침대에서 깰 때면 나는 이 모든 것에서 정말 좋은 향기가 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의 동거는 너무나 달랐던 작품 성향만큼이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흐는 성격이 예민한 데다 작업 환경이 지저분하고 산만했다. 여기에 대해 고갱은 간섭할 수밖에 없었고 서로 다른 생활방식은 불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공동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같은 주제로 그림을 그리거나, 캔버스를 들고 야외로 나가 스케치하는 등 '공동 작업'을 하면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는 데까지 이른다.

두 사람의 동거 자체도 극적인 면이 있지만, 충실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상세하게 묘사한 주변 환경과 인물들, 그리고 그들의 일상생활은 읽는 이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432쪽. 1만 8천 원.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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