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1·2·3/앙투안 B. 다니엘 지음/진인혜 옮김/문학동네 펴냄
180명에 불과한 스페인군에 의해 허망하게 무너진 잉카제국의 비극적 역사를 웅장한 스케일과 거대한 상상력으로 복원한 대하역사소설이다. '스페인의 페루 정복사'라는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치밀한 고증을 거쳐 잉카족의 생활상과 풍속, 태양제, 종교의식, 잉카왕들의 화려한 생활, 페루의 장중한 자연환경, 잉카제국의 전설과 신화를 되살렸다.
소설은 스페인의 잉카 정복전쟁과 적이 될 수밖에 없는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 두 가지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황금제국을 찾아 무모한 원정을 떠난 스페인 모험가들(프란시스코 피사로와 형제들, 알마그로 데 디에고 등)과 황금빛 찬란한 제국의 운명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잉카인들의 처절한 사투, 그리고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푸른 눈의 잉카족 공주 아나마야와 젊은 스페인 청년 가브리엘의 이룰 수 없는 격정적 사랑이 서사시처럼 펼쳐진다.
엘도라도를 찾아 나선 스페인 정복자들이 잉카제국의 항구도시 툼베스에 닻을 내린 것은 1532년. 태양신의 아들들 사이에 벌어진 골육상쟁의 와중에도 잉카제국이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였다. 잉카제국의 영토는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합친 것보다 더 넓었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잉카인들에게는 신물(神物)과 같은 화기와 말을 앞세우고 역사적 호기(잉카족 내분)를 이용해 40년(1530~1570)이란 짧은 시간 안에 잉카인들의 고도 문명을 유린하고 파멸시켰다.
하지만 광기어린 살육의 전장에서도 사랑은 피었다. 스페인 피사로 대장의 용맹과 모험심에 고무돼 꿈을 쫓아 미지의 제국에 발을 디딘 청년 가브리엘은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도가니 속에서 신비한 예지의 힘을 가진 잉카족 공주 아나마야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소설 '잉카'는 철저하게 기획되어 탄생했다. 프랑스 굴지의 엑소출판사 사장이자 프랑스 문학계에 역사소설 장르를 개척한 편집인 베르나르 픽소는 1998년 여름, 페루의 쿠스코를 찾았다 한눈에 매료되어 잉카를 소재로 한 책을 구상했다. 픽소는 잉카 이야기를 빼어나게 창조해 낼 작가 캐스팅 작업을 통해 페루 문명사가 베르트랑 우에트, 픽소의 오른팔로 10년간 출판계에 몸담았다 2000년 소설가로 변신한 앙투안 오두아르, 페루 정복을 주제로 다룬 '사생아들' 등을 발표한 중견 소설가 장-다니엘 발타사 등 세 명을 발굴했다. '앙투앙 B. 다니엘'은 세 사람의 이름을 조합한 필명이다.
픽소의 기획 아래 베르트랑 우에트가 잉카제국 정복사의 역사적 진실성을 고증하고 등장인물의 전기와 작품 배경을 정리했으며 장-다니엘 발타사는 글을 썼다. 앙투안 오두아르는 발타사의 글을 더 풍부하고 정교하게 다듬었다. 소설은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브라질, 덴마크, 대만 등에 판권이 팔렸으며 25개국 언어로 번역됐다. 1(태양의 공주)·2(쿠스코의 황금)권 각 568쪽, 3(마추픽추의 빛)권 512쪽, 각 권 1만 2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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