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 책

▨연이네 설맞이/우지영 글/윤정주 그림/책 읽는 곰/33쪽/9천500원.

섣달이 되자 연이네 집에서는 설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식구 수대로 설빔도 짓고 떡이며 강정이며 전이며 설음식도 마련하고 집 안 구석구석 대청소도 하자니 손이 열이라도 모자랄 판이다. 연이도 조막만한 손으로 식구들을 돕겠다고 나서지만 마음은 온통 설빔에 가 있다. 식구들의 설빔은 하나하나 완성되어 가는데 어찌된 일인지 연이 설빔은 다를 모르쇠 하니 연이는 애가 탄다. 섣달 그믐날 온 집 안에 불을 밝힌 채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윷도 놀면서 해지킴을 하는 식구들 곁에서 연이는 깜빡 잠이 들고 만다.

우지영 작가의 우리 고유의 풍속에 관한 풍성한 어휘구사와 윤정주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들어 낸 장난꾸러기 연이의 모습을 눈으로 좇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즐거움이 될 것이다. 연이뿐만 아니라 조부모와 부모, 두 언니와 세 오빠까지 열 식구가 집안 곳곳을 배경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그림 보는 재미를 더한다.

▨푸른빛으로 사라진 아이/백은하 글/유기훈 그림/문학동네/160쪽/9천 원.

낙태나 사고로 인해 어린 시절 목숨을 잃은 영혼들을 푸른빛으로 등장시켜 아이들에게 생명존엄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판타지로 처리해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창작동화다.

슬기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7년 만에 가족들이 사는 서울 집으로 오게 되지만 누구 하나 따뜻하게 맞아 주는 이 없다. 먹고사는 일에 쫓겨 마음까지 각박해진 엄마 아빠,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늘 툴툴대는 오빠, 슬기의 촌스러운 겉모습과 불퉁불퉁한 성격 탓에 함께 어울리려 하지 않는 반 아이들. 그런데 반에서 가장 모범생인 솔찬이가 슬기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솔찬이는 엄마 아빠의 지나친 관심과 기대 때문에 불만이 많은 아이다. 슬기와 솔찬이는 신나게 자전거를 타다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다. 그렇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두 아이는 어디선가 나타난 푸른빛 한 줄기를 따라 태아 영혼의 세계로 발을 딛게 된다.

어른들이 무심코 행한 일들이 아이들에게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부모의 이기심과 무관심 또는 지나친 간섭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아픔을 통해 가족 간의 사랑과 화합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작용을 하는지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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