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번엔 '逆 로또수능'…수험생들 '공황상태'

한문제 차로 등급 갈리기 일쑤

9등급제로 처음 치러진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뚜껑이 열리자 한두 문제 차이로 등급이 뒤바뀐 수험생들이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졌다. 이와 함께 고교와 학원가에서는 주요대학의 수시 2학기 합격자 발표가 아직 나지 않아 진학상담을 다음주 중반 이후로 미룬 상태여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고통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한 고교에서 3년 내내 전교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수험생 최 모 군은 "외국어 영역에서 한 문제 차이로 2등급을 받아 지원할 만한 대학 자체가 없어졌다."며 "다른 영역에서는 모두 1등급을 받았는데 한 문제 때문에 재수를 해야 할 것 같아 기가 막힌다."고 울먹였다. 자연계 수험생 김모 군도 "수리 가 형에서 3점짜리 한 문제를 틀려 2등급이 나왔다."며 "의예과 지원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수리 2등급으로는 합격이 사실상 불가능해서 재수를 할지 진로를 바꿔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또 이번 수능에서는 수리 가 형의 2등급 비율이 기준 비율 7%보다 훨씬 높은 10%를 넘긴데다 탐구 영역 선택과목 상당수의 1등급 비율이 5, 6%대여서, 이 성적권의 수험생들이 주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위권 대학 중·하위권 학과와 중·상위권 대학의 상위권 학과 지원에 극심한 눈치작전이 예상된다.

진학지도 교사들도 수능 첫 등급제 때문에 비롯된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고3담당 교사는 "영역별 등급만 나와있는 성적표로 진학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하다."고 했다. 또 다른 고3 교사는 "지원가능 대학 상담을 하기 전에 공황에 빠져 있는 학생들이 심리상태부터 추스를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한 문제 차이로 등급이 오르고 내려 희비가 갈리는 학생들을 같은 교실에서 마주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한편 입시학원들은 막막해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밀려들고 있지만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수시2학기 합격자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본격적인 상담은 다음주 이후로 미루고 있다.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 실장은 "여러 학원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정시 모집 정원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충실한 상담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지금으로서는 수험생 스스로 자신의 성적을 분석하고 대학별 전형방법을 살펴 유·불리를 계산하는 침착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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