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떼가 농촌 마을을 습격, 겨울 보리 농사를 망치고 있어 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7일 낮 대구 수성구 고산2동 팔현마을. 여환진(60) 씨는 긴 한숨을 내쉬며 비둘기 떼를 쫓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섯 농가가 보리 농사를 짓고 있는 1.65㏊에 벌써 한 달 전부터 비둘기 떼 '공습'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저 비둘기 좀 보세요. 겨우 싹이 튼 보리 씨앗을 다 해치우고 있습니다." 여씨의 말처럼 비둘기 떼로 뒤덮인 논·밭은 땅이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비둘기 떼가 자기네들끼리 영역 싸움을 벌여 반으로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500, 600마리는 넘어 보였다. 한번 뿌리를 내린 비둘기 떼는 쫓으려 애를 아무리 써도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궁리 끝에 허수아비 8개를 만들어 곳곳에 세웠지만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며칠은 효과가 있는 듯하더니 결국 가짜라는 걸 눈치채고 다시 몰려듭니다."
왜 이렇게 많은 비둘기 떼가 갑자기 몰려든 걸까. 이곳 농가들은 "수십 년간 농사를 짓고 살았지만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개체가 많이 늘어나면서 도심에서 먹이를 찾지 못한 비둘기 떼가 이곳까지 몰려든 것 같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에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독극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 환경부와 수성구청에 질의했지만 다른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말만 들었을 뿐 여태 아무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 "답답한 마음에 그물을 칠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나 이 넓은 땅에 그물을 치려니 돈이 문젭니다. 보리 농사로 버는 돈보다 그물 값이 더 나가니까요."
농가들은 "가을 나락을 벨 때도 갑자기 비둘기 떼가 덮쳐 타작을 포기한 집까지 있었는데 겨울철 유일한 수입원인 보리 수확마저 망친다면 무슨 낙으로 농사를 짓겠느냐."며 "제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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