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흑색선전의 도구 된 公營방송

정치행위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지만 정치의 실체를 만드는 것은 언론이다. 언론이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어지는 이유다. 극단적 표현이 될지 모르지만 건전한 언론 없이 건전한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 특히 방송언론(지상파)은 매체의 독점성과 파급범위의 광범성으로 인해 무거운 책임과 윤리성을 느껴야 한다. 공영방송제를 도입하고 방송에 여러 규제 장치를 두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공정'중립과 불편부당의 보도를 담보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MBC, KBS 등 공영방송들의 최근 모습은 실망스럽다 못해 한숨이 새나올 정도다. 2002년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정파적 보도는 예사고, 대선 정국을 비전이나 정책대결보다 흑색선전의 혼탁으로 몰아넣고 있다. MBC는 여권을 위해 아예 팔을 걷어붙였으며, KBS의 편파도 그에 못지않다. 민주의 잔치를 쓰레기통으로 처박는 주범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편파방송 저지 시민연대' 조사에 따르면 11월부터 지난 2일까지 지상파 3사의 저녁 메인뉴스 대선보도 중 BBK 김경준 관련이 52%인 232건을 차지했다고 한다. 검증되지 않은 BBK 의혹에 불을 지피고, 해명은 축소하거나 무시했다. 방송뉴스의 제목, 영상, 그래픽, 목소리 등 질적인 편파성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특히 MBC는 전체 보도의 64%를 BBK에 할애해 2002년 兵風(병풍) 이상의 여론조작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을 농락한 김경준을 義人(의인)화 하고, 누나인 에리카 김의 주장을 여과 없이 생방송해 주의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런 시대착오적 행위들로 인해 '선거방송 심의 규정'은 사문화되고 말았다. 제4조 정치적 중립, 제5조 공정성, 제6조 형평성, 제7조 객관성, 제10조 제작기술상의 균형, 제11조 사실보도 등 핵심조항 어디에서도 방송윤리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 대변자가 아니라 특정 정파의 나팔수로, 민주적 여론형성이 아니라 흑색선전의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이럴 양이면 공영방송을 없애는 게 낫다. 민영 상업방송에 맡기더라도 보도 편향, 여론조작이 이보다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의 자산인 공영방송을 선거의 앞잡이로 동원한 방송 책임자와 그 실무 가담자들을 철저히 징벌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국민들을 속이고 민주주의를 오염시킨 책임을 어떻게 벗어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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