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제에 의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됐다. 우려했던 대로 수험생들의 혼란과 불편, 불만이 극심하다.
불과 1, 2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져 총점수가 높더라도 등급 평균은 낮게 나타날 수 있는 기이한 평가방법은 시험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두기를 방해하고 수순을 복잡하게 비비 꼬아서 2등이 1등이 되게 하는 사기 수법과도 같은 학력 왜곡이다. 이 같은 부정직한 방법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받아들이라는 것은 지극히 비교육적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영역에서 1등급 구분점수가 만점에 가깝게 나타난 것도 변별력과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다. 한 문제를 틀리고도 2등급이 되는 영역이 있다. 또 90점 받고 1등급이 된 학생이 있는 반면 1점 모자란 89점 받은 학생은 83점 받은 학생과 같은 2등급이 되는 영역도 있다. 1점 차이로 1등급 만점도 되고 83점 2등급 대우를 받는 학생이 생기는 것이다.
왜 이런 제도가 있어야 하는가. 수능만으로 모자라서 내신을 만들어 얹고 거기에 또 논술까지 퍼부어 수험생들은 곤죽이 되고 있다. 오죽하면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 한탄하고 있겠는가. 그것도 모자라서 수능에 등급제라는 옥상옥을 만들어 또 다른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언제까지 학생들을 실험도구인 양 대입제도를 비틀어 보고 주물러 보다 '아니면 그만이고' 식의 장난을 칠 것인가. 대입제도 자체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워야 할 이유가 없다. 진학해서 공부할 학생을 선발하는 일을 우주비행사 선발하는 일이라도 되는 양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일에 몰두해서야 말이 안 된다. 무책임한 교육 행정가들의 장난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점수 경쟁을 줄인다는 명분을 내걸고 등급제를 도입한 것은 자가당착이다. 그러려면 아예 수능을 폐지하는 것이 옳다. 어떤 경우에도 선발은 점수다. 공정성을 담보하고 변별력을 입증하기 위해 점수화하기 힘든 것도 채점을 한다. 굳이 점수를 내놓고 등급으로 잘라 들어가는 헛된 노고를 하지 말라.
등급을 받아든 학생들은 막막하고 답답하다. 다시 학원으로 몰려간다. 더 이상 수능 등급제로 얻을 이익은 없다. 등급제를 폐지하고 대입제도를 원천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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