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 리뷰] 문화거리 동성로와 간판

대구 중구청이 동성로 통신골목의 간판을 강제철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곳을 가 본 적지않은 시민들이 점포 입구보다 큰 간판과 남보다 좀 더 튀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한 상호명을 읽으면서 '참, 유별나다'는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이 중에는 업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간판 강제철거를 하려는 관료들처럼 '무질서하고, 도시의 경관을 해친다.'고 생각한 시민들도 있을 것이다.

간판이나 도시경관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시민으로서 '도시의 간판'이라고 하면, 유럽도시 명품거리의 단아하고 잘 정돈된 모습과 세계의 중심으로 불리는 뉴욕 타임스퀘어의 건물 전체를 뒤덮을 듯한 거대한 간판의 모습이 뚜렷이 대비된다. 이런 극단적인 대조가 어떻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거리로 병존할 수 있을까?

뉴욕 타임스퀘어의 흥망성쇠와 30년 논란 끝에 1990년대부터 본격 추진된 재개발 과정을 엮은 신간서적 '42번가의 기적'에도 간판논란이 나온다. 타임스퀘어의 간판을 작고 잘 정돈된 형태로 갈 것인가, 아니면 가분수적 불균형(?)을 용인할 것인가가 논란의 핵심.

오랜 격론 끝에 내린 결론은 타임스퀘어의 거리특성을 살리는 것은 작고 단아한 간판이 아니라, 거대하고 현란한 간판이 더 적격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특혜(?)는 다른 곳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동성로는 대구의 중심거리이자 대구 도시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도시재개발 차원을 넘어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도심공간으로 재창조하자는 관심과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동성로의 간판, 또 통신골목의 간판 문제도 '도심재창조'의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대구는 동성로를 세계적인 '젊음과 열정의 거리'로 발전시키고 싶어한다. 젊음과 열정의 개념에는 도전과 파격, 색다름이 뒤따른다. 강제철거와 업주들의 반발, 느슨한 단속, 다시 원상회복이라는 '악순환'을 서둘 것이 아니라, '동성로 간판 위원회'라도 만들어, 과연 어떤 것이 동성로를 발전시키고 업주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만들어진 단속규정이나 들이대는 공권력의 '과시'가 아니라, '왜 다른 곳은 그렇지 않은데 유독 동성로 통신골목의 간판만 유별나게 됐느냐?'를 먼저 이해하고, 이를 발전시키려는 '함께하는 고민'이 세계적 젊음의 거리 동성로를 창조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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