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3)가 14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고 있다. 약 190개 협약 당사국과 국제기구 관계자가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는 2012년 종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포스트-교토체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공업화와 에너지사용의 증가로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면서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자 UN에서는 1992년 5월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온실가스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혼미를 거듭 했다. 선진국들은 온실가스의 배출에 절대적인 책임을 인정하지만 개도국의 참여를 요구했고, 개도국들은 경제발전을 위해 아직은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당위론에는 공감하지만 실천방안은 당사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1997년 제3차 당사국회의(교토)에서 부속의정서로 형태로 나오게 되었다. 미국·EU·일본 등 38개 서명당사국들이 온실가스를 평균 5.2% 감축하는데 합의하되, 자국 내의 노력만으로 모두 이행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개도국과 탄소배출권을 거래한 경우 등도 온실가스를 감축실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EU가 주도한 교토체제는 온실가스감축량을 강제할당했는데 미국이 비현실적이라고 반대하고, 대안으로 자발적 감축을 제시하면서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거부했다. 미국과 호주의 불참으로 절름발이 형태가 된 교토의정서는 러시아의 참여로 2005년 2월에야 발효되었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감축에 들어간다.
미국이 제안한 자발적 감축은 강제성이 약해 EU에게 빼앗긴 환경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미국의 속내가 드러나고 있다. 이번 당사국총회는 교토의정서가 끝나는 2013년부터 기후변화협약의 실천방향을 재조정하는 포스트-교토체제를 만들기 위한 첫 회의가 된다.
지난 9월 미국과 EU 등 주요 배출국들은 포스트-교토체제에 대한 협상을 2009년까지 마무리하기로 한 바 있어 이번 회의는 주도권을 위한 샅바잡기의 성격이 강하다.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논의의 주도권을 EU에 빼앗긴 미국은 이번회의에서 국가별 강제할당보다는 온실가스 농도단위(Intensity)를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포스트-교토는 소리없는 탄소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싸움의 원인은 간단하다. 온실가스의 감축을 위한 저감장치기술을 가진 국가들은 수출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또한 목표치보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감축한 기업들은 이를 채우지 못한 기업에게 탄소배출권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5년부터 거래가 시작된 EU 중심의 탄소시장은 2006년 300억 달러가 거래되었고 2010년에는 1천500억 달러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포스트-교토체제는 우리에게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1990년을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당시 OECD회원국이 아니었던 우리나라는 개도국으로 분류되어 감축의무가 없다. 그러나 포스트-교토체제에서는 감축의무를 부과받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우리가 일정한 감축의무를 받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에 부담을 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금년부터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으로 등장하면서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를 동시에 주고 있다. 중국은 독자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기술이 없기 때문에 선진국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저감장치의 개발, 삼림의 개발, 각종 폐수처리 등이 새로운 환경산업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감축의 당위는 정해져 있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우(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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