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침묵하는 부동산'
정책은 없고 후보만 난립하는 올해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예전에는 대선철이 되면 굵직한 개발 공약들이 넘쳐나면서 전국이 기대 심리로 부풀고 시중에 돈이 넘치면서 부동산 가격도 함께 들썩였다. 하지만 올해는 대선 분위기가 가라 앉아 있듯 부동산 시장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매매 거래는 중단되고 신규 분양 시장은 청약률 '0%' 단지가 속속 등장하는 등 이른바 '대선발'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 대선과 부동산 가격
주택업계에서는 대선 기간이 되면 '부동산이 움직인다'는 속설이 있다. 후보들의 장밋빛 공약들이 쏟아지면서 매수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업계에서는 지난 여름까지 대선을 앞둔 10월부터는 침체된 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전망을 했다. 하지만 대선 후보 중 가장 '친시장적'으로 평가받는 이명박 후보가 여론 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어디에서도 대선 약발을 찾아보기 어렵다.
건설사 한 임원은 "주식 시장에서는 이명박 주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고 이 후보가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을 발표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시장은 반응이 없다."며 "상한제가 아니라면 대다수 건설사들이 분양 시기를 내년 상반기 이후로 연기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선뿐 아니라 87년 이후 지난 2002년까지 치러진 4차례 대선을 보면 대선과 부동산 가격의 뚜렷한 관계는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4차례 대선 중 대선 전후 6개월 간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해는 87년과 2002년 두차례며 나머지 두차례는 하락세를 보였다.
87년의 경우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보이던 주택 가격이 9월에만 3.8% 상승한 것을 비롯 10월부터 3월까지 6개월간 무려 7.7%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당시는 88올림픽 개최와 수출 호황, 대선 공약에 따른 개발 호재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92년 대선의 경우는 전후 6개월간 -1.1% 하락했으며 97년 대선때는 IMF가 맞물리면서 -5.4% 하락했다.
지난 2002년 대선때는 같은 기간 1.4% 상승했지만 2002년 전체 상승률이 16.4%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대선 전후 기간 동안 오히려 상대적으로 소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2007 대선이 끝나면
주택 업계에서는 이제 '대선이 끝나면'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는 이명박 후보뿐 아니라 대다수 후보들이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에 대해 '완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집권시 1주택 장기보유자의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방침을 밝히고 있고 정동영 후보도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신정부가 집권을 하면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이 변화될 것이란 부분에 대다수 공감을 하고 있다.
분양대행사 리코의 최동욱 대표는 "전국적으로 10만 가구를 넘는 미분양 아파트는 차기 정부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고 미분양 해소를 위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신정부 출범 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도세 완화책과 함께 미분양 아파트 구입에 따른 취,득록세 감면을 비롯 대출 규제 등이 대표적인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97년 대선에서 집권한 DJ 정권은 IMF로 대규모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자 양도세 감면과 취.등록세 감면, 대출 이자에 대한 소득 공제 등 각종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부동산 업계에서는 부동산에 있어서는 '반시장적'이라고까지 평가되는 현정부의 임기가 끝나면 위축된 매수세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 승인을 받은 주택업체들은 내년 3월을 'D-데이'로 잡고 모델 오픈 시기를 맞추고 있으며 미분양 물량에 대한 판촉 활동도 2월부터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엇갈리는 내년 부동산 전망
부동산 업계에서는 내년 이후 시장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란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부활의 강도와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 조세와 금융 정책에 초점이 맞쳐져 있어 신정부 출범 이후 단기간 방향 선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경북 지사장은 "양도세는 국가 주요 수입원인데다 완화 뒤 다시 강화하면 심한 조세 저항이 있는 만큼 손을 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상한제 등 각 종 규제책이 주택법 등으로 묶여 있어 법 개정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들어 '경기 부양'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대구도시개발공사 윤성식 대표는 "부동산 시장 발목을 잡고 있는 미분양 물량이 너무 많은데다 이중 일반 서민이 소화하기 어려운 고가 중대형 평형이 많아 문제 해결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도 개발 여력이 풍부한 개도국 상황으로 국민소득이 2만 불에 진입했고 주택보급룰 100%를 넘은 한국에서는 예전같은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은 '매수 심리'가 가장 큰 동기인 만큼 부동산 정책 변화의 의지를 가진 정권이 출범한다는 사실만으로 시장은 반응할 것이란 의견도 강하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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