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초가지붕 위를 지키고 있던 마지막 땅거미마저 집으로 돌아가자 낯선 얼굴들이 고샅길의 주인이 된다. 짙은 어둠 속, 여기에서 불쑥 저기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모습이 머리에 뿔 난 도깨비들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무서운 기색이 전혀 없다. 손을 잡고 춤을 추고 뺨을 어루만진다. "도깨비가 너무 귀여워요. 집에 데리고 가면 좋겠어요."
지난 8일 오후 안동 하회마을에서 (재)안동축제관광조직위원회 주최, 매일신문·하회마을보존회 후원으로 '도깨비와 함께하는 고가(古家) 예술제'가 열렸다.
'2007 경북 방문의 해'를 맞아 경북 북부지역의 전통문화를 현대 관광자원으로 재편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대구·안동·서울 등 전국에서 온 체험객 200여 명이 참가, 우리 고유문화의 정취를 한껏 누렸다.
주부 이동연(42·대구 북구 복현2동) 씨는 "도깨비 동화구연, 국악 연주, 무용 공연에 흠뻑 빠져 추운 줄도 몰랐다."며 "하회탈춤 전수관에서 이어진 탈춤 강습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희복 안동축제관광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우리 전통 속의 도깨비는 때론 어리석고 때론 사람에게 부를 가져다주는 착한 캐릭터였지만 오늘날에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며 "야간 체험관광의 새로운 대안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하회마을 내 번남고택, 신산고택에서 하룻밤 고택체험을 한 참가 가족들은 9일에는 가장 아름다운 서원의 하나로 서애 류성룡 선생의 제사를 모시는 병산서원(사적 제260호)을 둘러본 뒤 한지공장을 찾아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배웠다.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