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빨간 공중전화부스, 빨간 이층버스…. 영국 런던에서 아기자기한 '빨간 디자인'에 눈을 떼지 못하다 보행자 전용교인 '밀레니엄 브리지'를 만났다. 4개의 케이블이 템스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알루미늄 데크를 지탱하는 밀레니엄 브리지 위에서 '도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했다. 시각적 디자인을 넘어 대구 신천 수성교보다 더 긴 325m에 끝없이 펼쳐진 사람의 띠가 지워지지 않은 때문이다.
#2. 동대구역 주차장을 4층으로 쌓아 올린 듯한 자전거 전용 주차장에 1만 대가 넘는 자전거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챙겨나온 사람들은 왕복으로 설계된 자전거 도로를 통해 교통체증 구간을 달린다.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대접받는 곳, 세계 자전거의 수도라 불리는 암스테르담 중앙역의 '자전거' 풍경이다.
#3. 독일 하노버 시내 중심가. 엄마와 아이가 손을 잡고 있는 거리 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곳, 보행자 세상이다. 10차로중 1차로만 차도일 뿐 나머지는 모두 인도(人道)다. 이 인도는 상업·문화 시설을 감싸고, 그 한가운데는 달구벌대로를 동서남북으로 이어 붙인 듯한 차 없는 거리가 끝없이 이어진다.
유럽의 도시 디자인 혁명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전국 모든 지자체가 너도 나도 도시 디자인을 외치고 있고,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 대구 또한 예외가 아니다. 동성로 공공디자인을 비롯한 도시 환경 개선 사업이 봇물을 이루고, 대구·경북디자인센터와 대구도시디자인자문단이 출범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단순한 대회로 흘려 보낼 게 아니라 '디자인' 준비 작업을 통해 대구라는 도시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변화의 바람은 고무적이지만 2011년 대구는 과연 무엇을 업그레이드할 것인가. 유럽의 스트리트퍼니처와 간판과 야경이 제 아무리 멋지다한들 시각적 아름다움에 매몰돼서는 곤란하다. 유럽을 뒤흔들고 일본으로 이어진 도시 디자인은 콘크리트 건물과 도로, 자동차에 설 곳을 잃은 인간을 다시 찾는 혁명이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만난 사토 마사루 큐슈예술공과대학 교수는 "도시 업그레이드는 도시의 개인이 공유하는 모든 영역, 이른바 공공디자인(Public Design)에 대한 가치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그것은 경제 발전에 매달려 온 지난 시대에서 벗어나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정신"이라고 말했다.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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