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대선과 연예인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미국에서 일반 대중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유명인사로 꼽힌다. 흑인에다 여성, 빈민가 출신, 상처로 얼룩진 청소년 시절을 딛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리더의 한 명으로 우뚝 일어선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준다. 자신의 치부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인간미 넘치는 진행 방식은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켜 버린다. 그녀의 토크쇼에서 소개된 책이나 제품들은 곧장 베스트셀러가 돼버릴 만큼 윈프리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는 높다.

하지만 그런 폭발적인 인기 속에서도 지금껏 정치 쪽으로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런 윈프리가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이례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8일, 민주당 대선 주자 버락 오바마에 대한 첫 지지 유세를 한 아이오와주 데뷔 무대는 1만 8천여 명의 청중들로 만원 사례를 기록했다 한다. 여세를 몰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장은 8만 명 수용이 가능한 대형 풋볼 경기장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 때아닌 별들의 잔치가 열렸다. 한국대중문화예술인복지회(이사장 이경호) 소속 연예인 36명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던 것. 탤런트 이순재 씨를 비롯 최불암, 이덕화, 최수종, 이경규, 신동엽, 김선아, 소유진 등 원로에서 신진까지 유명 연예인들이 총망라된 듯했다. 그러나 묘하게도 타이밍이 검찰의 BBK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이튿날이었다. 연예인들의 지나치게 계산된 행동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지 명단에 오른 연예인들 중 다른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다며 지지 철회를 밝혔나 하면 일부는 "본인 확인 없이 이름을 올렸다", "특정 후보를 지지한 적 없다"며 당혹해 했다.

미국 대선에서 대중 스타의 특정 후보 지지는 흔한 일이다. 오프라 윈프리의 오바마 의원 지지 선언 이튿날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힐러리 클린턴 의원을 지지하고 나섰다. 대선이 본격화되면 할리우드 스타들의 특정 후보 지지가 잇따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후보자의 정책 등을 꼼꼼히 따진 뒤 자기 소신에 따라 지지입장을 밝히고 열심히 선거운동을 돕는다.

우리 연예인들의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을 보며 왠지 '줄서기'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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