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어제 "단순히 정권을 잡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다"며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내년 1~2월 신당을 띄우겠다는 것이다. 물어볼 것도 없이 총선용 창당이다. 이번 대선에 뛰어든 본심을 마침내 드러낸 셈이다.
이 후보는 지난 11월 7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불안'을 이유로 삼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출마는 "보수의 분열이 아닌 보완이며, 정권교체를 좌절시키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상황에 따라 살신성인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승산이 없을 경우 정권교체를 위해 후보를 사퇴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모두 국면 호도용 빈말이었던 것 같다. 신당 발언으로 볼 때 그러한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이 후보는 적어도 1~2년 전부터 대선 출마를 노려왔다. 그 무렵 언론 인터뷰나 나중에 드러난 구체적 준비상황에서 그러한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 놓고 한나라당 경선 때까지 눈치를 살피다가 선출후보를 트집 잡아 대선 판에 발을 걸친 것이다. 결국 신당 창당까지 밝히고 보니 출마 명분인 정권교체는 경선 불복 비난을 피하려는 핑계였지 싶다.
사실 대선에서 무소속이 성공한 예는 없다. 우리의 짧은 정치사는 물론이고 미국도 43대까지 오는 동안 단 한 차례도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하지 못했다. 민주주의는 정당정치이고 유권자는 책임질 후보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그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새치기 출마를 해서 10%대 지지율로 완주하려는 것은 애초부터 딴 생각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이 후보는 여전히 당선을 자신한다. 하지만 지금쯤은 자신감이 아니라 가능성을 말해야 한다. 선거를 9일 남기고 3위로 밀려나는 상황이다. 10년 전 '이인제 신당'을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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