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이런 프로그램 어때요?"
올해로 2년을 넘기는 방과후학교는 다양한 교육 수요를 학교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 사교육의 필요성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과후학교도 한정된 예산으로 진행되다 보니 기존 특기적성 교육과 크게 다를 게 없다거나 교육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대구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2007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개발 발표회'는 방과후학교에 대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장이라 할 만했다. 초·중·고교 방과후학교 담당교사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학교 간,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위탁 프로그램 ▷특기적성, 직업진로 분야 프로그램 등 8개의 다양한 방과후학교 모델이 새롭게 선보였다. 학생·학부모 선호에 맞춰 점차 진화되고 있는 방과후학교의 현장이다.
◆ 눈길 끄는 내년 프로그램
이날 발표전에서 최우수의 영예는 경대사대부중의 '미래 생물학자를 위한 단계별로 익히는 생물 탐구학습 프로그램'에 돌아갔다. 이 프로그램은 과학의 전 영역을 백화점식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생명영역을 중심으로 생물의 원리를 단계적으로 구조화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생물의 원리를 분자-세포-조직-기관-개체-생태계 등으로 단계별로 확대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관련 지식을 쌓도록 한 것. 담당 김혜경 교사는 "학습의 재미를 위해 자연답사, 모형 만들기, 발견실험 등 다양한 공부 방법을 적용한 결과 학생들이 생물과목에 대해 큰 호기심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내서초등학교의 '지역 금융기관과 함께하는 토실토실 경제교실'은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학교 측은 5, 6학년 사회, 실과 교과서에 등장하는 경제관련 내용들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한 뒤 경제의 의미를 알아보는 '경제야 반갑다', 용돈관리의 중요성을 배워보는 '합리적인 소비', 화폐·신용카드의 역사와 올바른 사용법을 알아보는 '돈 이야기' 등 알찬 내용으로 꾸몄다. 각 교육단계별로 대구은행, 한국은행, 대구지방국세청, 재경부, 증권회사 등 관련 금융기관의 홈페이지를 충분히 활용했다. 학교 측은 "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경제교육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면서 경제캠프까지 활성화되는 분위기"라며 "이번 방과후학교를 통해 재미있게 경제를 가르치고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이나 인기 있는 시사토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말 잘하는 법도 재미있는 방과후학교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대륜중학교의 '말하기 훈련을 통한 리더십 개발'은 방과후학교 위탁 프로그램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았다.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 관심이 높은 스피치 훈련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선보인 것. 리더에게 필요한 용기, 경청, 책임감, 배려 등 20가지의 덕목별로 설득하는 말하기, 공감하는 말하기, 집중하여 말하기, 대화풀기, 칭찬하기 등 실제 쓰임새 높은 화법을 배워보도록 했다.
송명옥 대륜중 교사는 "같은 이야기도 목표, 도입, 전개, 마무리로 나눠 짜임새 있게 전달하면 상대방이 훨씬 호감을 갖고 경청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회에서는 이외에도 국악방과후교실(성산초교), 날씨와 환경 체험활동(협성고), 디지털 단편 애니메이션 창작 워크숍(대구영상미디어센터) 등 이색적인 주제들이 선보였다. 류동재 시교육청 교육정책과장은 "방과후학교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처럼 창의적인 프로그램 발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내년 방과후학교 이렇게 달라진다
내년도 방과후학교에서는 우선 중·고교생들의 수준별 방과후프로그램 선택권과 교사 선택권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고교 방과후학교는 해당 학교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의 수준을 나누고 이를 기준으로 수업을 배치해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그램 선택권이 강화되면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과 필요에 맞는 수업을 골라 수강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일부 중·고교에서 방과후학교 수업 중 다룬 내용을 학교 시험에 출제하는 등의 잘못된 운영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초등학교에서는 방과후 보육교실이 크게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선호도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것이다. 현재 대구 전체 초교 207개교 중 80개교(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포함)에서 운영 중인 방과후 보육교실이 내년에는 100여 개교로 확대·설치된다는 것. 시설 개선비와 운영비도 지원돼 방과후학교 살림살이가 나아질 전망이다. 권충현 시교육청 장학관은 "내년도 방과후학교는 학생, 학부모들이 원하는 바에 초점을 맞춰 집중 투자할 것"이라며 "초교 보육교실 확대, 중·고교 방과후프로그램 선택권 강화로 더욱 내실 있는 운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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