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식 경제자유구역' 대구·경북 왜 필요한가?

각계 전문가 의견은?

'지식창조형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지정을 요구하는 시·도민 서명이 11일 현재 4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시·도민과 경제계, 학계 등 지역 각 계에서 경제자유구역(FEZ) 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열화같이 번지고 있다.

침체한 지역경제를 현장에서 피부로 절감하고 있는 경제계와 기업인들은 자발적으로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 시·도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끌어내고 있고 시·도민들도 수십 년 동안 정부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에서 소외된 대구권에 이번만은 반드시 FEZ가 지정돼야 한다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FEZ 지정을 염원하는 각계의 의견을 들어본다.

▨ 이인중 대구상의 회장

"인천과 광양, 부산·진해 등 경제자유구역과 자유무역지구가 전국에 10개가 넘지만 안타깝게도 대구와 경북에는 한 곳도 없습니다."

노무현 참여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역대 어느 정부보다 지방에 많은 투자와 정책적 배려를 했다. 그래서 적잖은 성과를 올렸고 대구·경북민을 포함한 국민들이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FEZ)은 외국인 투자유치 제한이 대폭 철폐되는 등 일종의 경제특구로 지역경제가 한 단계 도약해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대구는 좋은 산업기반을 가지고도 15년째 GRDP(1인당 지역내 총생산)가 전국 꼴찌의 불명예를 안을 정도로 경제상황이 심각하다. 그 돌파구로 대구·경북은 함께 FEZ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은 경제통합의 연장선상에서 대구-구미-경산-영천 일대를 아우르는 34.74㎢의 10개 지구로 의료·게임·패션·국제교육, R&D 등의 지식기반서비스업과 IT·부품소재·U-IT 등의 지식기반 제조업을 동시에 육성할 계획이다. 관련 첨단산업을 외자유치를 통해 개발·육성하고 지식기반산업 클러스터 형성과 내륙형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새로운 FEZ 모델을 제시하려 한다.

FEZ는 첨단산업 유치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구와 경북 양측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며, 또 현재보다는 미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 동시에 대구·경북 경제통합의 모범 사례로서 추후 대구·경북 경제통합과 관련한 각종 사업들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또 지금 영남권이 추진하고 있는 제2관문 공항이 건설되면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켜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대구상의는 지역민들의 FEZ 지정을 갈망하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100만 범시도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경제 침체탈피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식창조형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은 반드시 지정돼야 한다.

▨ 이동수 구미상의 회장

"구미에는 삼성, LG 등 대기업을 비롯 중소기업 등에 6천여 명의 석·박사급 기술연구인력과 44개 외국인투자기업이 입주할 정도로 좋은 산업기반과 고급인력을 갖고 있습니다. 기존 외투기업을 배려하고 앞으로 외투기업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국제화 교육시설과 외국병원 유치, 외국인 정주여건 조성이 시급합니다."

40여 년을 맞은 구미공단의 구조전환과 도약을 위해서는 고급 기술연구 인력들이 정착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지식경제자유구역 지정 같은 규제 완화 조치가 반드시 선행되야 한다.

국내 최대 전자·정보통신 집적지인 구미는 올해 수출 350억 달러가 전망돼 한국 수출의 10% 정도를 담당할 정도로 수출 전초기지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의 핵심 프로젝트 하나는 대구와 구미를 아울러 모바일 및 디스플레이 허브로 육성해 대구·경북 공동발전은 물론 국가경쟁의 새 견인차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구미는 우수 기술연구 인력을 바탕으로 지난 5월 구미전자정보기술단지 조성에 이어 모바일 현장시험센터 구축, 최근엔 모바일 특구 지정을 위한 노력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어 외국인 학교·병원유치로 외국인 정주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외국인 투자유치 촉진과 함께 첨단 IT산업 및 R&D 연구기지로 거듭 나 세계속의 명품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난 5월 아사히글라스는 구미 4공단에 2억 달러를 추가 투자했고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미국 엑손모빌은 지난 11월 IT 부품소재 제조공장을 구미에 세우기로 했다. 이는 구미가 풍부한 인적자원과 기술연구기반 구축, 경부·중앙·중부내륙고속국도, KTX 등 사통팔달의 광역 교통망 등 우수한 산업인프라와 발전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과 맞물려 지역기업의 수도권 이탈이 늘고 있고 지역 중소기업들의 해외투자도 612건, 68억 달러에 이르는 상황도 구미를 포함한 대구권이 지식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야 할 이유다.

▨ 우동기 영남대 총장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은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고 정부 투자를 최소화한 지식기반 모델의 새로운 FEZ여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됩니다. 인프라는 구축돼 있기 때문에 FEZ를 통해 규제만 풀어주면 됩니다."

지식창조형 대구·경북FEZ가 지정되면 정부는 물류·산업중심의 FEZ에서 탈피, 새로운 FEZ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대구·경북FEZ의 주요 사업으로'국제학원도시','메디바이오클러스터','이시아폴리스 섬유패션단지','모바일클러스터'조성 등이 들어있다.

대구·경산권은 20개 이상의 대학이 밀집한 국내 최대의 학원도시다. 이 같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경산권에 FEZ 속의 지식기반도시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현재 인천 송도만 외국대학이 들어갈 수 있지만 경산권에 외국 대학을 유치, 대구·경북권 대학 및 국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또 의·약대가 있는 대학이 전국에 17개 있는데 대구권에만 5개 대학이 몰려 있어 메디바이오센터 건설을 비롯한 메디클러스터를 조성하려는 프로젝트도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구상이다.

이시아폴리스 섬유산업단지도 고기능성·산업섬유 중심의 패션산업을 육성하려는 것으로 대구권은 패션산업에 IT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외부에서 우려하는 대구·경북섬유산업은 철저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경쟁력 있는 기업만 남아 있다. 이 같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이시아폴리스를 고기능성섬유 중심의 나고야와 인공섬을 조성해 패션스트리트를 만든 고베를 합친 콘셉트로 개발하려 한다.

대구·경북 FEZ가 기존 FEZ 모델과 달라 부정적 인식을 가질 수 있지만 내륙형의 지식기반산업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더 FEZ 지정 당위성을 가진다. 물류중심의 FEZ를 추가지정하는 것보다 지식산업기반의 FEZ를 지정하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대구·경북FEZ 지정은 반드시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

▨ 박경욱 한국모바일컨버전스연합회장

"1990년대 이후 수도권 비대화와 서남권 집중개발로 대구·경북권 개발은 크게 소외됐습니다."

정부는 2005년 확정한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에서 개방형 국토개발을 천명했지만 최근의 추세는 여전히 수도권과 서해안에 집중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대구·경북의 성장둔화가 맞물리면서 지역 기업의 수도권 이탈은 늘어나는 반면 신규유치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대구·경북의 성장동력이 극도로 약화되고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은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제도적 모멘텀으로 지식창조형 경제자유구역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의 경제특구는 지식창조형으로 진화중이다. 싱가포르·아일랜드·두바이와 같은 세계적인 FEZ도 지식창조형으로 전환하고 있고 특히 두바이의 경우 여러 개의 지구가 공간적, 기능적으로 연계되는 네트워크형 FEZ의 성격을 띠고 있다.

대구·경북 FEZ는 대구·경북의 성장동력원으로서뿐 아니라 영남권 경제공동체 구축으로 발전 제약요인을 극복하고 성장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지구지정이 요구된다.

영남권 도시들은 자동차·메카트로닉스·바이오·문화관광·물류·R&D 등의 분야에서 뚜렷한 공간적 역할분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쇠퇴지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국제관문 공항 등 주요 기반인프라의 부족, 고부가가치 지식집약형 기업의 수도권이전 및 고급인력의 역외유출 등은 기업 투자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 대응하는 영남권 경제공동체 형성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부산·진해권 FEZ와 연계해 영남권 도시 간 적절한 역할분담이 필요한 실정이다.

대구·경북은 지식기반산업 육성을 위해 새로운 비전으로 삼아 각조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이 같은 계획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도 대구·경북FEZ 지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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