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선거를 향한 대선 후보들의 캠프에 아르바이트 수요가 늘어나면서 각종 서비스 업종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거리를 찾는 주부나 대학생들이 각 정당 후보 캠프에서 모집하는 유급 선거사무원에 대거 몰려들면서 이들이 주로 일하던 요식업소나 편의점, 레스토랑 등 업소가 때아닌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와 각 대선 후보 캠프에 따르면 각 정당 후보들이 모집한 유급 선거사무원은 350여 명에 이른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이인제 민주당 후보 등 3개 정당 후보들의 경우 적게는 40여 명에서 법적 허용치인 최대 156명까지 유급 선거사무원을 모집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 등은 무급 자원봉사자들로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는 형편. 유급 선거사무원의 경우 교통비와 식대, 활동비 등으로 하루 7만 원의 일당을 받게 된다. 선거운동 기간인 22일 동안만 가능하고 오전 7시부터 밤 늦게까지 강행군을 해야하지만 하루 일당 7만 원은 적지 않은 액수라는 것.
이 때문에 각 후보 캠프에는 선거사무원에 대한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고, 일부 후보 캠프는 몰려드는 지원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캠프에서는 보다 많은 지원자를 소화하기 위해 선거운동기간 22일을 반으로 나눠 선거사무원을 모두 교체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모 후보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일당이 많아 대학생이나 주부들의 신청이 많다."며 "당원이나 지인의 추천을 받거나 지방선거 등에서 선거사무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경우를 우대하는데도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거사무원 자리가 인기를 끌면서 홀서빙이나 주방보조, 배달 등 주부나 대학생들이 일거리를 위해 주로 찾던 업소들이 '사람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면서 일을 그만두고 나가는 직원들이 적지 않은 반면, 일거리를 찾는 구직자들의 발길은 많이 줄어든 것. 대구 남구 대명동 모 숯불갈비집의 경우 1주일 전부터 주방보조원을 구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문의가 없는 형편이다. 이 식당 업주 김모(44) 씨는 "예전 같으면 구인 공고를 내면 어렵지 않게 사람을 구할 수 있었는데 선거기간이 되면서 발길이 뚝 끊어졌다."며 "온 가족이 동원돼 부족한 인력을 메우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식당 업주 박모(42) 씨는 "지난달 말쯤 선거기간을 앞두고 홀서빙을 하던 아주머니 2명이 갑자기 일을 그만뒀다."며 "빨리 선거가 끝났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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