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골도시 병·의원 개원 붐

대도시 경쟁피해 의사들 '낙향'…일부선 포화상태 경쟁 과열도

대구의 종합병원에 근무했던 안과전문의 J씨(38)는 12일 경주 안강읍에서 안과의원을 열었다. 인구 3만여 명(인근 지역 포함 4만 5천여 명)인 이 지역에 안과가 없다는 점이 구미를 당기게 한 것. 이 곳 환자들은 그동안 안과 진료를 받으려면 경주나 포항 시내까지 차를 타고 가야 했다.

그는 "대구는 의료기관의 양극화가 심해 작은 규모의 동네 안과의원들은 살아남기 힘들다."며 "농촌지역엔 녹내장, 백내장 같은 안과질환을 가진 노인들이 많은데다 대도시 보다 경쟁이 덜 치열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개원했다."고 말했다.

대도시 의료기관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때 주거나 교육문제 등을 이유로 개원 기피 대상이었던 중소도시나 시골에서 개원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가까운 곳에 의료기관이 없어 읍 소재지나 심지어 인근 중소도시에 가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던 농어촌지역 주민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몇 년 전만해도 의사들이 시골은 물론 중소도시에서도 개원을 하거나 근무하는 것조차 꺼렸다. 중소도시의 병원들은 대구보다 임금을 더 준다고 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는데 '상전벽해'가 되고 있는 것.

30~40대 의사들이 개원 대상으로 선호하고 있는 지역은 대구보다는 왜관, 영천, 의성, 예천, 문경, 영덕 등이며 대구에서 진료를 했던 일부 나이 든 의사들도 시골로 이전을 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농촌지역 보건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일하고 있는 한의사 S씨는 "복무가 끝나면 대구에서 개원할 생각이었는데, 생존이 어렵다는 선배의 조언을 듣고 농촌에서 개원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요양급여기관(의료기관·약국·보건소 및 보건지소 포함) 수는 대구 4천108개, 경북 4천100개이다. 지난해 말에 비해 대구는 5.5%(213개) 늘어난데 비해 경북은 무려 18%(623개)나 증가했다.

이 때문에 경북의 일부 지역에선 의료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의료기관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인구가 3만 여명인 군위군에는 현재 병원 1개, 의원 6개, 치과의원 2개, 한의원 3개, 약국 10개, 한약국 2개가 있는데 최근 들어 신규 개원과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군위군 한 직원은 "의료기관이 많이 생겨 주민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지만 의료기관들은 교통편과 식사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 유치경쟁이 치열하다."며 "하루 80여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곳이 있는가하면 환자 수가 30여 명에 지나지 않는 곳이 있을 정도로 양극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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