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경찰관끼리 폭행사건 무마 급급

지난 6일 대구 한 경찰서에서 발생한 수사과장과 부청문감사관 간의 폭행 사건(본지 7일자 8면 보도) 보도 후 기자는 출입하는 경찰서의 '공공의 적'이 됐다. 사건 취재를 위해 경찰서 곳곳을 누빌 때마다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졌고 소문이 나돌았다. "기자가 경찰서를 공중 분해하려고 한다."는 소문에서부터 "누구누구를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까지 '발 없는 말'이 천 리까지 이어졌다. 한편으로는 경찰의 비리와 부패, 부정을 올바로 세워 경찰의 기강을 다시 살려달라는 경찰관의 애정 어린 목소리도 들려왔다. 교통 사고 후유증으로 몸이 좋지 않았던 기자에게 사건을 끝까지 취재할 수 있게 해준 '힘'이었다.

결국 사건 발생 닷새 만에 소문이 아닌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취재 결과 수사과 직원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민원이 발생해 감찰 조사가 진행됐고, 이와 관련해 '합의금' 소문이 떠돌며 문제가 커지자 J수사과장과 A부청문감사관이 소문의 진원을 두고 다투다 폭력까지 행사하게 됐다는 것. 청문감사실에서 관련 내용을 유출하고 확대해 소문을 냈다고 확신한 수사과장이 부청문감사관에게 불만을 터뜨렸고, 이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J수사과장은 "부청문감사관이 계속 좋지 않은 거짓 소문을 내고 다녀 몇 번 주의를 줬는데도 달라지지 않아 순간적으로 감정이 폭발해 폭력을 휘둘렀고, 현재 후회하고 있다."며 "그러나 나와 관련된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실체조차 확인되지 않은 근거 없는 헛소문이며 이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고 명예도 크게 훼손됐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사실을 접한 뒤 이번 사건의 이유 및 배경과 관련해 경찰청과 경찰서장을 찾아 사실 여부를 확인해보려 했지만 이들 모두 사건을 내부적으로 무마시키려고 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대구경찰청 감찰조사 결과도 '거짓 소문'인 것으로 일단락됐고, 서장 역시 '이를 알지 못하는 일'이라며 잘라 말했다. 정지효 중부경찰서장은 "이와 관련된 소문을 들은 적은 있지만 이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며 "감찰 조사를 하라고 지시한 기억은 없지만 감찰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내사했을 수는 있을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만 반복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경찰이 아니라 보다 투명하고 정의를 확립하는 경찰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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