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산장학회' 만든 대구 대현1동 주민들

▲ 대구 북구 대현1동 주민들이 이웃 자녀들을 돕기 위한 우산장학회를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배 부회장, 천계순 위원, 최원열 대현1동 주민센터 주무, 정태규 추진위원장, 김선수 감사.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대구 북구 대현1동 주민들이 이웃 자녀들을 돕기 위한 우산장학회를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배 부회장, 천계순 위원, 최원열 대현1동 주민센터 주무, 정태규 추진위원장, 김선수 감사.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이웃의 자녀도 우리 새끼들이나 마찬가지 아인교. 형편이 어려워 학업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겁니다."

동네 주민들이 나서서 기금을 모으고 장학회를 만든 가슴 따뜻한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 북구 대현1동에 살고 있는 주민 13명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이웃의 자녀가 끝까지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우산(遇山)장학회'를 설립하기로 한 것.

'우산'은 장학회에 5천만 원을 선뜻 내놓은 박동소(82·북구 의정동우회장) 옹의 호를 딴 것이지만 비와 바람을 막는 우산차럼 모진 풍파에 힘겨워하는 이웃을 위해 바람막이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정태규(57) 장학회 추진위원장은 "시작은 이렇게 미미하지만 대현동민이 하나 둘씩 참여하게 되면 이웃에 살고 있는 우수한 재원들이 학업에 열중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들이 훌륭한 사람이 돼 동네 발전에 힘쓰면 더욱 살기 좋은 동네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산장학회는 4월 뜻이 맞는 주민들이 장학회를 만들어보자고 얘기가 나온 뒤 박 옹이 후진양성을 위해 큰 돈을 쾌척하면서 현재 장학기금 5천800만 원을 조성해 놓고 있다. 장학회 임원진은 서예원 원장,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건축업자, 자영업자, 주부 등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됐다. 임원진들은 발품을 팔고 주민들을 설득해나가 모든 동민이 장학회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상배(남헌서예원 원장) 씨는 "부자동네가 오히려 인정이 없고 가난한 동네가 더 정이 있지요. 저는 서예원을 하니까 글씨 팔아서 후학양성에 끝까지 힘쓸 겁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천계순(72·여·전 북구새마을부녀회장) 씨는 "제가 아는 아줌마들이 사람도 많이 알고 힘도 센데 '아줌마 파워'를 조금씩 끌어들이면 우리 장학회가 제일 큰 장학회도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우산장학회는 아직 구체적인 장학기금 목표액은 없다. 내년 1월 15일 우산장학회 창립총회가 개최될 때까지 대현동민에게 홍보하고 참여분위기를 조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동소 우산장학회장은 "진정한 지역 발전은 옳고 바르게 자라나는 정직한 후손들을 키울 때에만 가능하다."며 "재능과 소질이 있어도 경제적 사정으로 뜻을 키우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잃지 말라는 얘기를 꼭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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