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선비정신

세기 전 일본의 교육자 니토베 이나조가 쓴 무사도(BUSHIDO)는 일본인의 윤리관을 서양에 소개한 명저로 꼽힌다. 당대의 세계 지도자들에게 일본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은 책이다. 저자가 소개한 사무라이 규범의 대부분은 그러나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무사는 주군에게 충성해야 하며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 스스로를 엄하게 다스리며 아랫사람에게는 인자하게 대해야 한다. 무사는 사적 욕심을 버려야 하며 부정부패를 증오하고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부귀보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싸워서 이기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던 무사의 진면목과는 사뭇 상이한 것들이지만 어쨌든 오늘까지도 세상사람들에게 일본의 정신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지배계층 사무라이의 상징은 칼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붓을 외면하지 않았다. 사무라이라는 개인 속에 문과 무가 함께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이런 무사도 정신은 오늘날 교육에도 남아 있다. 지난해 일본의 여름철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한 학교는 4천100여 개였다. 일본 전체 고등학교의 76%가 출전했다. 그들에겐 우승이 아니라 한번만 이겨 보자는 게 꿈이다. 스포츠를 생활의 일부로 여겨 수영과 스키는 물론 값비싼 기구가 필요 없는 종목이라면 거의 다 가르친다.

일본의 무사도는 우리의 선비정신과 다를 바 없다. 조선에서 전해진 성리학을 통해 선비 정신을 무사도에 가미한 때문이다. 우리 선비들도 임금에게 충성하되 잘못이 있으면 죽음을 각오하고 간언했고 스스로 물러날 줄도 알았다. 자신에겐 엄격하되 남에게는 관대하라고 배웠으며 불의에 타협하여 부귀영달을 구하지 않는다는 정신을 지켜왔다.

영정조시대 문장가인 이덕무는 도덕과 예절이 무너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士小節(사소절)이란 책을 지었다. 선비의 작은 예절이란 뜻이지만 가정이나 사회가 지켜야 할 예절을 담았다. 배나무에는 주인이 없지만 내 마음에는 주인이 있다거나 나라의 관직을 맡은 이에게 월급을 물으며 축하하지 말라는 말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이에게도 생생한 경계다.

선비는 조선의 지도자였다. 당연히 선비 정신은 지도자의 규범이었다. 지도자의 규범이 무너진 사회의 혼란은 당연지사다. 성공과 풍요만이 오늘의 지도자가 내세울 최선의 규범일까.

서영관 북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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