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방의 창]설사하는 사람

체해서 설사하는 것은 위장의 일시적인 부담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찬걸 먹든지, 마시든지, 몸을 차게 하든지 음식을 조금 과식했다 하면 영락없이 설사하는 사람은 장이 차고 냉한 이유에서 연유된다. 몸이 차다는 것은 그 부분의 생명활동이 덜 된다는 뜻이다. 기운이란 활동이 제대로 안되면 쇠잔하여 소멸되고 마는 것이다. 즉 기능이 무력해져 활동력이 떨어진 경우를 한의학에선 '차다' '냉하다'라고 일컫고 있다. 위가 무력해져 냉해지면 식욕이 없고, 소화가 잘 안되게 되며, 대소장이 차면 흡수기능이 떨어져 소화가 덜 된 대변을 보거나 수분 많은 설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은 한덩어리로 하나의 생명기운이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온 몸 구석구석 모두 연계되어 기운이 출입하며 일시분란하게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신체가 제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체 기운이 부족해지면 평소에 조금이라도 약하던 부분이 바로 먼저 활동력이 저하되면서 냉해지게 된다. 그래서 장이 약한 사람은 조금 피곤하기만 해도 설사가 나는 것이다. 마음이 급한 사람은 평소에는 대변이 정상이었다가 좀 바쁜일만 생기면 설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장이 약하기 보다는 순간적으로 장기능이 신체기능과 다르게 작용하게 된 연유이다. 초조하고 성급해지게 되면 기운이 상기되어 신체 상부로 몰리게 되고 도리어 아래로 내려갈 기운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로인해 순간 기운이 부족해진 장은 내용물을 붙들고 있지 못하고 놓아버리게 된다. 그래서 심지어는 화장실가도 나오는 것은 없는데 자꾸 뒤가 마려워지는 신경성 설사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설사에는 원기를 돕고, 장을 따뜻하게 하며, 상기된 기운을 안정시켜 주는 것이 치료의 우선이며 이렇게 하면 장과 위 모두 튼튼해질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항간에 설사는 물기가 많은 변이니 이뇨제를 먹어 수분을 뺐더니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임시 대증요법은 될지언정 본래 장은 수분을 뽑아내는 것이 장의 할 일이므로 따뜻하고 튼튼하게 해주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정 호(테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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