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년 문화행사-공연 보며 한해 마무리...

조수미.김창완 등 다채로운 공연 펼쳐

또 한해가 갑니다. 한 해가 갈 뿐인데, 남은 인생이 모두 떠나는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가고 오지 않을 사람을, 세월을, 청춘을 배웅하는 마음은 언제나 착잡합니다. 누구나 겪는 스산함이기에 '위로해 달라' 말하기도 열없습니다. 세월은 갔지만 기억이 남았으니 다행 아닙니까. 기억이 남아 있는 한 세월은 머물러 있습니다. 귀에 익은 공연으로 지나 온 날들을 기억하고,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내 인생'을 위로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연말에 다양한 공연이 대구에서 펼쳐집니다.

'문득 새벽을 알리는 그 바람 하나가 지나거든∼/ 그저 한 숨 쉬듯 물어 볼 까요? 난 왜 살고 있는 지…/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나 슬픔까지도…/ 사랑했다 말 해 주 길….'

조수미가 노래했던 명성황후 OST '나 가거든'의 일부분입니다. 배우 이미연(명성황후 역)의 눈물 그렁그렁한 눈, 최후의 순간이지만 체념이라고 말할 수 없는 눈빛, 그리고 그녀를 시해하러 왔던 허준호(미우라공사 역)의 난감해하는 눈빛, 그리고 '도리없다.'는 듯 황후를 시해하던 얼굴이 떠오릅니다.

조수미의 노래를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조수미는 그냥 조수미입니다. 그녀의 노래와 목소리를 무엇으로 규정한다면 오히려 알 수 없는 무엇이 될 것 같습니다.

조수미 & Winners 콘서트-(24일 오후 7시 30분/수성 아트피아 용지홀)

▲ 소프라노 조수미와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입상한 성악가들이 함께 차례로 펼치는 음악의 향연이다. 20년간 세계 오페라 무대를 누벼온 조수미와 이탈리아 마리오 델 모나코, 알카모 등에서 1위한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 마리아 바시올라 국제음악 콩쿠루에서 우승한 바리톤 강형규, 뉴욕 메트로 폴리탄오페라 콩쿠루에서 우승하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데뷔한 바리톤 서정학, 베르비에 국제 성악 콩쿠루에서 우승한 테너 이정원이 출연한다.

- 입장료/ VIP 12만원, R석 10만원, S석 7만원, A석 5만원.

문의/ 053)666-3300

산울림 김창완 콘서트-(25일 오후 7시/수성 아트피아 용지홀)

가수이자 탤런트,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하는 산울림의 김창완 콘서트가 25일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다. 박자를 또박또박 짚기보다 물처럼 끊어짐 없이 흐르는 김창완의 기타 사운드. 그 산울림의 기타를 록 버전으로 선 보인다.

마당에 분꽃이 한창이던 날 라디오에서 나오는 김창완의 노래를 듣고, 말 없이 대문을 열고 나가버린 사람이 있습니다. 김창완의 노래는 그렇습니다. 무슨 메시지도, 주문도 아닌데,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의 피리 소리를 따라 아이들은 온다간다 말도 없이 마을을 떠났고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김창완의 노래는 '피리부는 사나이'가 아이들을 마을 밖으로 데려갔듯, 사람을 대문 밖으로 이끕니다. 피리소리를 따라 마을을 떠난 아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합니다. 김창완의 노래에 끌려 집을 나간 사람이 지나온 세월 속으로 돌아갔는지, 내일을 향해 걸어갔는지, 여전히 문밖에 서성대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김창완의 목소리는 그의 기타소리와 닮았습니다. 애절하다고 말할 수 없고, 그렇다고 낭만적이라고 규정하기도 힘든 소리. 김창완은 '일어나라.' 거나 '달려가자.'고 말하지 않는데, 그의 노래를 들으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입장료/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 문의/ 053)666-3300

백건우 베토벤 소나타 피아노 연주회-(26일 오후 8시/대구 오페라하우스)

서울에서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 대장정(8-14일)을 마친후 바로 열리는 공연이다. 26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있을 백건우 베토벤 소나타 피아노 연주회에서는 이 연주된다.

'건반 위의 나그네' 백건우가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26일 대구에서 베토벤 소나타 피아노 연주회를 엽니다. 국내 클래식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8일부터 14일까지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 대장정을 마친 직후 열리는 연주회입니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일주일 안에 모두 소화해 낸 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백건우는 이에 대해 "베토벤에 빠져서 연주하고 싶었어요. 중간에 쉬게 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게 싫더라고요."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인간이 이룩할 수 있는 최고의 예술적 경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초기, 중기, 말기 총 32곡으로 구성돼 있는데,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영향을 받은 초기, 베토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던 중기, 낭만주의와 맞닿은 후기로 나눕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세계적 명성을 얻은 것도 '전곡 연주회'를 통해서입니다. 그는 1972년 뉴욕 앨리스 툴리홀에서 라벨의 독주곡 전곡을 연주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1982년에는 헝가리 태생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의 작품 50여 곡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연주회를 열어 다시 한번 자신을 각인시켰지요. 이번에 대구에서 열리는 연주회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의 일환은 아닙니다.

- 입장료/ OP(Orchestra Pit)석 8만원, VIP석 10만원,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문의/1566-0503

이미자 송년 특집 효콘서트-(30일 오후 2시, 5시/시민회관 대강당 )

이미자는 1959년 데뷔해 600장 가까운 음반을 냈습니다. '열 아홉 순정'을 발표할 때 그녀는 열 아홉 살이었습니다.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1960년대 '동백 아가씨'를 발표해 한 많은 서민의 삶을 노래했습니다. 가난으로 주눅들고 전쟁으로 흩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으로 드러냈던 것입니다. '동백 아가씨'는 노래발표 후 35주 동안 1위를 차지했지만 1965년 방송 금지곡으로 묶였습니다. 방송금지조치 또한 우리나라의 현실이었습니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 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으로 시작하는 '섬마을 선생님'은 또 어떻습니까. 이 노래는 섬 처녀의 사랑과 섬에 갇힌 총각 선생님의 절망을 노래합니다. 섬 처녀에게 총각선생님은 사랑이고 그리움이지만, 서울에서 온 총각선생님에게 섬은 유배지나 다름없었을 것입니다. 그가 그 섬에 머물고 싶었겠습니까. 하물며 구름도 쫓겨가는 외딴 섬에? 해당화 피고 질 때마다 총각선생님은 떠나지 못해 한숨지었고, 섬 마을 처녀는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섬 마을 처녀와 총각 선생님이 동의하거나 납득하기 힘든 서로의 인생에 대해 어떤 '화해'를 이루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세모에 이미자의 송년특집 효콘서트가 30일 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그녀의 노래와 함께 지나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에 대해 음미해볼 시간을 가진다면 행복하겠다. 삶은 고통스럽고 슬프지만 얼마나 아름다운가. 김동건이 사회를 맡고 김춘광 악단 14인조가 오케스트라 반주한다. 열아홉 순정, 울어라 열풍아, 흑산도 아가씨, 모정, 물레방아 도는데, 섬마을 선생님, 동백 아가씨 등으로 또 한해를 보내는 중년의 날을 위로한다.

-입장료/ OP석 7만원, R석 6만원, S석 5만원, A석 4만원. 문의/1566-0503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