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 방문판매 세제 '짝퉁 주의보'

겉포장은 유명제품…세탁물 빨아도 안 깨끗해져

김미진(32·여) 씨는 최근 방문 판매로 세제를 샀다가 낭패를 봤다. 이사 온 지 한 달 만인 지난 8월 "후드 청소를 나왔다."는 말에 관리사무실 직원인 줄 알고 문을 열어줬다 방문 판매자에게 홀려 15만 원 상당의 다용도용 세제 1박스(1.1㎏짜리 8개)를 구입한 것. 카드 결제를 하고 방문판매자가 나간 뒤 김 씨는 세제 가격이 마음에 걸려 바로 뒤따라 나가 불렀지만 방문 판매자는 김 씨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갑자기 뛰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는 것. 김 씨는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세제 판매 업체에 전화를 걸어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체로부터 '방문 판매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환불을 해 줄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세제 방문 판매가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짝퉁 및 고가 세제 때문에 소비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세제를 팔면서 일부러 겉포장을 뜯어 환불이나 교환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항의 전화를 해도 대리점에서 방문 판매자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등 무책임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는 것. 하지만 이들 업체는 대리점에 방문 판매자를 위탁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발뺌하는 실정이다.

대구 서구 평리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전지운(48·여) 씨도 식당으로 찾아온 세제 방문 판매업자에게 속아 짝퉁 세제를 샀다. 언뜻 보기엔 겉포장이 유명상표의 색깔과 이름이 같아 당연히 대기업 회사의 제품인 줄 알고 구입했지만 사용을 하면서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옷을 빨아도 깨끗해 지지 않는데다 가루세제가 물에 쉽게 풀리지도 않은 것. 전 씨는 "포장지 겉면에 적힌 고객상담 센터로 전화를 걸었지만 '이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라는 메시지만 들어야 했다."며 "세제도 가짜를 파는 세상이 됐다."고 씁쓰레해 했다.

한국소비자연맹 대구·경북상담센터에 따르면 방문 판매로 인한 세제 피해 상담건수는 지난해 20건, 올 11월 말 현재 18건이나 된다. 이에 대해 소비자 센터 관계자들은 방문 판매로 세제를 살 때 꼭 판매자의 명함을 받고 한꺼번에 대량을 사지 말 것을 충고하고 있다. 박수진 한국소비자연맹 대구·경북상담센터 팀장은 "제품 구입후 14일 전에 환불과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방문판매자들이 온갖 핑계로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 상담센터에 문의하는 등 적절한 방법을 찾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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