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치러지고 있는 대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선거가 또 흙탕물로 번지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 출마하려던 동대표가 협박 편지를 받아 경찰 수사를 의뢰하는가 하면 대구시 공동주택표준관리규약준칙을 무시한 입주자대표회의 연임 및 동대표 추천 같은 고질적 병폐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
대구 수성구 시지 한 아파트의 A동대표는 13일 가족 신변 보호와 '협박 편지'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수성경찰서에 접수했다. A동대표 부인은 12일 오후 5시쯤 '생선 내장'을 담은 택배와 협박 편지를 받았다. 남편 이름 앞으로 온 편지는 '자꾸 설치면 가족들을 생선 내장처럼 만들어버리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 경찰에서 A씨는 "지난달 27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아파트 회장 직선제 요구 제안서를 관리사무소에 제출한 뒤 회장 입후보를 준비한 때문에 벌어진 일로 생각한다."며 "'동대표'라는 직위를 분명히 표시한 것으로 봐 아파트 관련자 소행 같았다."고 말했다.
기존 관행 때문에 회장 직선제 아파트가 나오지 않았을 뿐 대구시 공동주택표준관리규약준칙은 '입주자 등의 10분의 1 이상 서면 요구가 있으면 동대표 중에서 입주자 등의 과반수 찬성으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선출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A씨는 "이에 따라 전체 664가구의 12.5%에 해당하는 83명의 입주민이 서명한 직선제 요구안을 관리사무소에 전달했다."며 "민주주의와 아파트 발전을 위해 직선제를 원한 것뿐인데 가족까지 위협받아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말 동대표 선거 시즌을 맞은 대구 아파트의 동대표 연임 및 추천 과정에서도 대구시 표준관리규약준칙을 따르지 않는 '불·탈법'이 난무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에 표준관리규약준칙을 꼭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고, 아파트 회장 선거에 대한 주민 무관심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탓이다. 표준관리규약준칙을 따르는 개별 아파트 관리규약은 '아파트 헌법'이라 불리지만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사문서나 똑같기 때문. 이에 따라 임기가 끝난 현 대표가 자신과 친하거나 가까운 사람을 찍어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입주민 서명을 받아오도록 시키거나 다른 동대표 후보 등록 접수·신청도 없이 현재 동대표들이 자신들의 연임을 묻는 아파트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아파트 관리에 구멍을 내고 이를 숨기려거나 다른 욕심이 있다면 어쩌겠느냐"며 "반상회 같은 입주민 자생 모임들을 살리는 등 아파트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아파트 선거 문화를 투명하게 바꿀 수 있는 주민들과 행정기관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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