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狂氣 어린 기자실 폐쇄 責任 물어야

이 정부가 경찰청 기자실을 끝내 폐쇄했다. 광기 어린 언론통제에 맞서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곳마저 대못질이 가해진 것이다. 이로써 지난달 30일부터 철야농성을 하며 기자실을 사수해온 기자들은 경찰청사 밖으로 쫓겨났다. 자유언론이 엄동설한으로 내동댕이쳐진 것이다.

그 과정 또한 비열하기 짝이 없었다. 12일 자정이 임박한 무렵 경찰청 홍보담당관(총경)은 일부 기자들이 총기 탈취범 취재로 자리를 비운 사이 혼자 남은 기자를 밖으로 유인하면서 재빨리 문을 걸어 잠그도록 했다는 것이다. 홍보담당관은 "내 방에서 할 말이 있다. 날 못 믿느냐. 오늘은 작전하지 않는다"고 기자를 속였다 한다. 기가 찬다. 앞으로 이런 거짓말쟁이들이 언론의 감시를 벗어나게 생긴 것이다.

그러잖아도 경찰은 인권 침해, 각종 비리, 부실 수사 같은 말썽이 잦아 손가락질을 받는 판이다. 엊그제는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이 수뢰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미국으로 달아났다. 권력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사건이다. 도피를 방조하거나 비호해 놓고 뒤늦게 출국 금지 쇼를 한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건의 배후에 무슨 곡절이 도사려 있는지 이제는 경찰이 발표하지 않으면 쉽사리 알 길이 없다. 기자들이 경찰을 대면 접촉할 수 있는 길목을 꽁꽁 틀어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정부 중앙 및 과천 청사에서 쫓겨난 기자들 역시 두 달째 인근 다방이나 카페를 떠돌고 있다. 종전처럼 공무원을 만나 취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이렇게 자유로운 취재활동에 패악질을 해놓은 국정홍보처 직원 13명은 최근 7박 8일 동안 유럽을 다녀왔다. 기자실 폐쇄 실무책임자는 주미 공보참사관 내정설이 떠돌고 있다. 수고했다고 잔칫상이라도 차리는 건가. 오히려 언론탄압사에 이름을 올리고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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