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듯했던 범여권 후보단일화의 불씨가 되살아날 조짐이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공동정부 구성을 제안한 데 이어 "후보직 등 모든 것을 양보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연일 단일화 성사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고 이에 대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측에서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 신당을 중심으로 범여권이 BBK의혹 수사를 통한 대선판세 뒤집기 전략이 무산됨에 따라 후보단일화를 마지막 승부수로 몰아가고 있는 셈.
정 후보는 13일 서울에서 열린 'BBK 검찰수사 시민규탄대회'에 참석, "후보 단일화를 위해 이 순간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있다."며 "대통령 후보 자리가 아니라 어떤 것이라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단일화 논의를 거부하고 있는 문 후보와 이인제 민주당 후보를 압박하는 동시에 이들에게 기존 입장에서 선회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 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후보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까지 거론하며 "이번에 집권하는 것만이 민노당의 목표가 아니지 않은가."라고 강조한 뒤 "역사의 패배를 막기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후보단일화 논의에 문국현·이인제 후보는 물론, 권영길 후보까지 가세할 것을 제의하고 나선 것.
또한 네 후보 간의 연대와 관련, "아무리 밉더라도 수구부패 세력에게 이 나라의 역사를 맡길 수 없다."는 명분을 부각시킨 뒤 '반부패 연대'라는 점을 거듭 역설했다.
이 같은 제의에 대해 문 후보 측이 "진정성만 있다면 단일화 논의에 응할 수 있다."는 등 입장변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 후보에 대해 현 정부 실정(失政) 책임론을 거론하며 후보직 사퇴를 촉구해왔던 것과는 다른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 후보의 행보는 단일화의 명분을 계속 부각시켜 나감으로써 끝내 무산되더라도 자신이 범여권의 사실상 단일후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계산에 따른 것으로도 비쳐진다. 이를 통해 범여권 지지층의 결집과 투표율 제고까지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후보는 단일화의 고리로 1997년 대선 때의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와 유사한 공동정부 구성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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