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산차 30%-수입차 15% 거품?"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지금껏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와 수입차들이 '너무 비싸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가 이들 업체들의 고가 가격책정에 대해 현장조사를 진행해온 데 이어 업체들간의 담합이나 부당행위 여부도 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공정위가 과연 얼마나 진실에 접근할지, 이들 업체들의 '가격 거품'이 어느 정도인지, 또 앞으로 이 같은 행위가 사라질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무엇을 조사하나

공정위는 최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벤츠와 BMW, 렉서스, 벤츠, 아우디 등 4개 수입차 업체, 그리고 현대·기아차를 방문해 각종 자료를 압수했다. 지난해 말 접수된 신고에 따라 고가 가격책정 혐의 뿐 아니라 담합이나 사업활동 방해 등 다른 불공정 행위가 있는 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판매 가격과 관련된 각종 장부와 서류, 직원들의 이메일이나 수첩까지 면밀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온 부분을 중점적으로 조사하지만 수입차 업체의 경우 담합 여부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SK네트웍스가 수입차 병행수입을 선언한 데 대해 수입차업계가 판매 가격을 10% 이상 낮추겠다고 선언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BMW 등 수입차 업체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가격을 인상해왔다는 신고와 올해 초 현대·기아차 등이 수출가격과 달리 내수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신고가 각각 접수됨에 따라 지금까지 조사를 진행해왔다.

수입차 업계는 공정위가 이번 조사를 통해 SK네트웍스에 대응해 4개사가 담합해 가격을 내리지 못하게 했는지 여부와 딜러에게 가격 할인을 못하게 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

◆거품이 어느 정도길래

지역의 자동차판매업계는 현대·기아차 등이 지금껏 국산차 시장에서 독점적 체계를 형성하면서 상당 부분 가격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한 판매업자는 "현재 포드 자동차가 3천만 원대에 수입되고 있는데 동급인 TG그랜저에 비해 400만 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관세 등을 고려할 때 그 만큼 현대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하나하나를 구입해 조립하면 현재 판매가의 30%를 낮출 수 있다는 것. 여기엔 A/S 요소가 10~15% 정도 차지한다는 것이 이 업자의 주장. 이 업자는 "차량 가격에 A/S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신차 구입 후 A/S를 받지 않는 소비자에겐 환급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일부 '잘 나가는' 수입차 역시 거품이 심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수입차 판매업자는 "잘 팔리는 수입차의 경우, 판매사원이 차량 가격의 15% 정도, 딜러업체가 10% 정도를 챙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 만큼 수익이 많기 때문에 수입차 국내 딜러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것. 다른 수입차 판매업자는 "초기 투자와 인프라 구축, 다양한 부대비용 등을 고려할 때 터무니없는 폭리를 취한다고는 볼 수 없다."며 "그래도 지금 판매가의 10~15% 정도 낮은 것이 적정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조사와 함께 급변하는 자동차시장을 지켜볼 때 이들 업체들이 지금같은 가격 책정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차 등 국산차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들도 내년부터 외국 대중차들이 물밀 듯이 들어오면 어느 정도 가격 인하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 수입차 업계 또한 마찬가지. SK네트워크를 기점으로 국내 수입차시장에서도 직수입 체계가 보편화되고 저렴한 수입차들이 밀려오면 점차 가격 인하 경쟁에 어쩔 수 없이 뛰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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