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승진 등과 관련한 인사 청탁성 금품 수수나 공금 유용 등의 의혹과 사건(본지 13일자 8면 보도)이 잇따르면서 철저한 인사검증시스템 보완, 자치경찰제 도입 등 한동안 잠자고 있던 각종 보완책이나 문제점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한 지역 경찰청장이 지난 7월 직원들로부터 인사 청탁과 개청 준비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과다한 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9월 직위해제된 데 이어 10월 사표를 제출했다. 또 지난 10월 부산의 한 경찰서장도 직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며 금품 및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청 감찰팀이 내사에 들어갔고, 감찰팀은 비위 사실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에서도 총경급 간부가 인사 청탁성 금품수수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고, 또 다른 총경급 간부는 수사비 부당 집행과 관련, 본청 내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한 경찰 관계자는 "'카더라 소문'은 늘 끊이질 않았고 언제나 확대 재생산된다."며 "믿고 따라야 할 선·후배들이 심한 배신감도 느끼고 힘도 빠진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도 인사 잡음과 관련, 철저한 인사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인사의 경우 경위급 이하는 지방청장·경찰서장이, 경감급은 지방청장, 경정급 이상은 경찰청장이 하지만 지방청장이 추천권을 가지고 있고, 영향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경찰 인사는 순경, 간부후보, 경찰대 등 출신별로 '철저한 안배' 위주로 이뤄져 능력, 실적 위주의 인사가 어렵다는 것. 이에 소위 '줄대기'를 통한 금품이나 향응 등이 동반된 청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제복과 계급으로 대표되는 경찰에게 최고 명예는 곧 계급인 만큼 '오로지 승진'에 매달려 올인 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금품을 주고 받고서라도 승진을 원하는 인사와 승진시켜주는 간부들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인사위원회도 있지만 형식적인 통과의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찰 내부, 학계에서는 '자치경찰제' 도입, 복수직급제 시행 등으로 인사 잡음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치경찰제의 경우 경정, 총경급 인사가 수도권에서 내려오는 경우를 막아 지역의 인사 적체 숨통을 틔울 수 있고, 복수직급제의 경우 부서장, 선임 과장 등 같은 총경이라도 보직을 나눠 잡음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 한 간부급 경찰은 "최근 경찰 내부에서 거론되는 자치경찰제나 복수직급제가 인사 적체로 인한 각종 인사 잡음, 의혹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이라도 본다."고 말했다.
배철효 대구산업정보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우수 인재가 경찰 관련 학과에 입학하고, 또 시험을 통해 배출되는 만큼 경찰대 폐지도 각종 문제를 방지하는 방법이다, 우선 한 해 120명이나 되는 경찰대 졸업생 정원부터 축소해야 한다."며 "공무원을 국가·지방공무원으로 나누듯 경찰에도 이를 도입할 필요가 있고, 형식적인 인사위원회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경찰이 경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제 식구 감싸주기' 사례가 많고, 알고도 눈 감아 주는 일들도 적잖은 등 감찰 기능이 오히려 방패막이를 하고 있는 만큼 감찰 기능을 재정립하고, 경찰의 철저한 정신교육도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황우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부 경찰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 경찰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는데, 이는 윤리 및 소명 의식이 부족한 것이 첫째 이유"라며 "실제 경찰의 경우 직원 정신교육이나 윤리교육에 아주 소극적이고, 일이 터지면 마지못해 사후약방문식으로 수습하고 징계하는 정도여서 제도로 이러한 문제를 막고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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