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5년 되던 해, 우리는 작은 트럭을 구입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무리해서 트럭을 구입한 것은 배달 일거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우리 가족의 희망을 담아 그 트럭에 '희망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트럭을 구입한 후 한 달째, 남편이 대구 북구의 어느 아파트 단지에 배달 일을 하러 갔던 때였다. 남편은 좁은 주차장에서 후진을 하다가 아파트 입구로 들어오고 있는 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너무나 순식간에 그 차에는 흠집이 났고, 남편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 차량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놀란 가슴에 그 차량 운전자 앞에서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 여러 번 사과해야 했다. 그 차에는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타고 있었다. 그 차 운전자와 연락처를 주고받은 후 우리는 큰 시름에 잠겨야 했다. 물론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무 보험 차량이라, 그쪽에서 무리한 요구를 해와도 우리는 꼼짝없이 물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그쪽에서 연락이 왔다. 대충 견적을 듣고서 통장으로 그 금액을 송금해줬다. 지금 생각하면 몇 십만 원 되지 않는 돈이었지만 결혼 초기 우리로서는 너무 큰돈이었다.
남편은 나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내내 풀이 죽어 있었다. 그런데 며칠 뒤, 운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생각보다 차량 수리비가 적게 나왔다면서 계좌번호를 묻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십만 원이 넘는 돈을 다시 부쳐왔다. 사소한 사건이었지만 지금까지도 우리 부부는 그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 젊은 연인이 부부가 되어있을지는 모르지만,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따뜻한 마음 씀씀이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을 것 같다.
허미영(대구 북구 검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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