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십년 감수했던 눈길 운전

11년 전, 휴전선 경계근무를 책임지고 군대에서 중대장 임무를 수행할 때였습니다. 강원도 철원지방에서 근무했던 나는 휴가 내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 해 겨울 어렵게 시간을 내서 아내와 아들 준영이와 경산 본가로 내려오기 위해 PX에서 약간의 물품을 구매하고 약간은 들뜬 기분으로 철원에서 포천으로 연결되는 국도에 차를 올렸습니다. 출발할 때, 약간의 진눈깨비가 날리긴 했지만 마음먹은 일이고 언제 다시 시간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주저하지 않았지요. 출발한 지 20∼30분쯤 되었을 때, 제법 눈발이 굵어지고 있었습니다.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4륜 구동 차라서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위안하였습니다. 그런데 철원을 벗어날 때쯤 고갯길에서 차가 쌓인 눈길에 미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면서 '아! 나도 이렇게 큰 사고를 내고야 마는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아내와 준영이, 그리고 뱃속에 있는 둘째아이 걱정에 순간적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차가 멈춰 주기만을 빌었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불과 몇 초 사이에 벌어진 상황이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하늘이 도우셔서 차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멈춰 섰습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본가행을 포기하고 핸들을 돌렸습니다.

'접촉사고'는 약간의 금전으로 사고 후유증이 없이 해결이 될 수도 있지만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접촉사고는 개인 및 가족은 물론 피해자의 눈에 피눈물이 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명심하고 운전대를 잡으시는 분들은 안전운전에 각별히 유념하셔야 할 것입니다.

현재 나는 BMW(B:BUS, M:Metro, W:Walk)족으로 접촉사고를 낼 위험성에서 약간은 벗어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때, 뱃속에 있던 '우리 집의 귀염둥이 보배' 해솔이가 벌써 5학년이 되었습니다.

안태현(대구시 달서구 월성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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