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구 수성구 중동 희망어린이공원(놀이터)에는 모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은 지 20년이 훨씬 넘어 한 줌 두 줌 사라지기 시작한 모래가 거의 맨땅 수준으로 변한 것. 놀이터 안 씨름장엔 그나마 모래가 조금 남아 있었지만 씨름을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2. 지은 지 2년 남짓한 수성구 황금동 H놀이터는 아예 모래가 없다. 놀이터 바닥에 고무 탄성 소재를 깔았다. 이곳뿐만 아니라 새로 짓는 아파트 가운데 열에 아홉은 모래를 쓰지 않고 있다. 중금속 오염이나 애완동물 배설물 같은 대장균을 염려한 젊은 엄마들이 모래를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
모래가 사라진 어린이 놀이터에서 다시 모래를 볼 수 있을까.
내년 1월 27일부터 놀이터 바닥에 30cm 이상 모래나 충격 흡수재를 깔아야 하는 어린이놀이터 안전관리법 시행령이 발효된다. 예전 놀이터들도 4년 안에 이 기준을 따라야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모래가 다시 돌아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모래보다는 충격 흡수재를 선호하는 '엄마'들이 많기 때문. 실제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어린이공원 내 놀이터 9곳을 리모델링한 수성구는 주변 산책로에 마사토를 깔기도 했지만 모래 오염을 우려하는 민원 때문에 9곳 모두 고무나 우레탄 소재를 바닥재로 사용했다. 4년 내 다시 바닥재를 바꿔야 하는 민간 놀이터 역시 모래 대신 충격 흡수재가 깔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2008년 어린이공원 리모델링 사업비로 380억 원을 책정한 서울시는 사업 대상으로 잡은 580곳 모두 놀이터 바닥을 모래로 채우기로 했다. 탄성 소재를 사용한 놀이터까지 다시 모래로 바꾸기로 한 것. 충격을 흡수한다고는 하지만 탄성 소재도 환경호르몬이 나올 위험이 있는데다 어린이 놀이터에는 모래가 더 어울린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발효되는 시행령에는 납, 크롬 등 8가지 중금속 오염 정기검사를 의무화하고 있고, 애완동물이 놀이터 안에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구조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대구는 바닥 소재에 대한 고민을 전혀 않고, 구·군청이 관리하는 413곳(2006년 말 기준)의 어린이공원 놀이터만 통계에 잡혀 있을 뿐 아파트나 유치원 내 놀이터는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2005년 조사 때 대구 어린이 놀이터의 중금속이나 기생충 오염 수준은 걱정할 정도가 아니었고, 정기 검사가 의무화되면 더 나아질 것"이라며 "철저한 관리가 전제된다면 흙장난을 하며 자연과 함께 자라는 어린이 놀이터 환경이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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