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이 후보가 동영상 發言 배경 밝혀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어젯밤 'BBK 특검법'을 전격 수용했다. 국회를 점거하고 있는 신당의 요구대로 가보자는 정면돌파다. 그 직전 노무현 대통령은 정성진 법무장관에게 BBK 사건 재수사 지휘 검토를 지시했다. 이 또한 신당이 이 후보의 동영상 CD를 공개한 것을 빌미로 한 조치다. 이로 인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BBK 난타전',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이 점령하고 말았다. 지독한 선거 후유증을 예고하는 선거 막판 소란들이다.

이 후보가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 최고경영자과정에서 한 강연에는 "금년 1월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라는 발언이 등장한다. 생생한 육성을 타고 전해지는 이 대목은 듣는 순간 누구나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BBK와 무관하다는 주장은 거짓인가, 검찰 수사는 엉터리인가, 의심이 솟구치는 것이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그 무렵 그의 말이 왔다 갔다했다는 점이다. 그는 광운대 강연 하루 전인 10월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김 사장(김경준 씨)이 지난해(1999년) BBK를 설립한 이후…"라고 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는 "올 초(2000년) LKe뱅크와 BBK를 창업한 바 있다"고 했다. 인터뷰마다 설립 일자가 다르고 설립 주체도 제각각인 것이다. 실제 BBK 설립은 1999년이다. 뭐가 뭔지 헷갈리고 오해 소지가 충분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김경준을 치켜세우기 위한' 일종의 과장 발언이라는 해명이다. 검찰 또한 사실관계와 상관없는 동영상으로 치부하고 있다. BBK 소유관계는 자금 흐름, 컴퓨터 파일 복구, 증인 확보를 통한 객관적 물증 수사의 결론이라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이 후보가 동영상 발언의 배경을 설명하지 않는 한 의심은 살아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 앞에 한 점 부끄러움 없다'는 광고만 믿어달라 할 성질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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