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체가 거대한 불교문화유적지인 경주 남산
'아,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 온다~ 금오산 기슭에서 노래를 불러보자. 신라의 밤 노래를~'.
우리 가요 '신라의 달밤'은 경주를 대표하는 노래인데, 여기에 등장하는 금오산은 과연 어디에 있는 산일까? 경주는 동쪽의 토함산과 서쪽의 선도산, 남쪽의 남산과 북쪽의 소금강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도시다. 금오산은 바로 경주국립공원의 남산지구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하는 산이다.
일반적으로 경주 남산은 북쪽의 금오산(金鰲山, 468m)과 남쪽의 고위산(高位山, 494m) 두 봉우리 사이를 잇는 능선과 계곡 전체를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남북 8㎞ 동서 4㎞로 남북으로 길게 뻗어내린 타원형이면서 약간 남쪽으로 치우쳐 정상을 이룬 직삼각형 모습을 취하고 있다. 남산은 이름 그대로 '경주의 남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부르는 명칭이지만, 산의 형태로 보면 '금(金)빛 자라(鰲)가 경주시내 쪽으로 목을 길게 빼고 있는 것처럼 생겼다'해서 금오산(金鰲山)이라 불러왔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남산의 정상부와 능선은 바위가 드러나 경사가 가파르며, 산기슭은 화강암질 토양이 두껍게 쌓여 있는 완경사지로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산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는 천년고도 경주 시가지가 보이고, 서쪽에는 북쪽으로 흐르는 형산강과 충적평야가 펼쳐져 있으며, 동쪽으로는 불국사와 토함산을 볼 수 있어 전망이 아주 뛰어나다. 산의 높이 또한 일반인들이 등산하기에 적당한 높이여서 능선과 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또한 불교유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탐방객들의 방문도 끊이지 않는다.
남산을 오르다 보면 화강암이 드러난 곳곳에 마애불이나 석불 좌상이 조각되어 있고, 골짜기와 능선마다 석탑과 절터, 암자가 가득 차 있다. 가는 곳, 눈길 머무는 자리 어디서든 부처를 만날 수 있어 불국토의 현장을 느끼게 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남산의 문화유산으로는 절터가 120여 곳, 바위면에 부처를 새긴 마애불이 53체, 바위를 다듬어 만든 석불이 29체, 석탑이 64개나 되며, 산기슭에는 고분과 왕릉이 수없이 많다. 이처럼 산 자체가 거대한 불교유적지라고 할 수 있는 경주 남산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역사유적지구로 지정되어 세계가 인정하고 보호해야 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고 있다.
남산의 체험학습은 유물이 가장 많은 삼릉골에서 시작하여 금오산 정상을 거쳐 절터가 가장 많은 용장골로 내려오는 답사 경로가 추천할 만하다. 이 경로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살펴보면, 나정과 포석정, 배리삼존불을 거쳐 삼릉골에서 삼릉과 솔숲을 감상하고, 목 없는 석불좌상, 마애관음보살상, 마애선각육존불상을 지나 올라가면 상선암의 마애석가여래대불좌상(높이 6m)을 만난다. 이후 능선길을 따라 금오산 정상을 넘어 경사가 급한 용장골로 내려가다 용장사지 삼층석탑과 석불좌상을 보고 내려오면 된다.
최희만(영남삶터탐구연구회, 오성고 교사)
참고자료:삶터탐구활동 길잡이(대구남부교육청)
◆ 경주 남산에 대한 Q&A
▷경주 남산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남산은 중생대 백악기 이후에서 신생대 초기에 토함산과 남산 일대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굳어져 형성된 암석(심성암)인 소위 '불국사화강암'이 그 위를 덮고 있던 퇴적암층을 뚫고 올라오는 지각운동으로 형성되었다. 이때의 지각운동을 불국사변동대라 하는데, 이는 낙동강 하구에서 양산과 언양을 거쳐 형산강 유역의 경주와 포항, 영덕으로 이어진 양산단층과 울산의 태화강에서 7번 국도를 따라 경주로 이어지는 울산단층이 그것이다.(그림 참고) 따라서 이 두 단층선이 지나는 곳은 상대적으로 풍화와 침식에 약하기 때문에 골짜기와 하천이 발달하였고, 남산은 상대적으로 침식에 강해 암석산지로 남게 되었다. 또한 경주도 두 단층선이 만나는 지역이기 때문에 풍화와 침식이 빨리 진행되어 침식 분지를 이루게 되었다.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은 어떠한 돌로 만들었을까?
불국사가 있는 곳은 경주 토함산이다. 따라서 불국사를 만들 때 사용한 석재는 토함산의 화강암일 것이라는 게 고고학계와 불교계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나 2000년 지질학계에서 암석을 비교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을 비롯한 경내의 석조물 대부분이 경주 남산의 화강암과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산과 토함산은 신생대 초기인 약 5천만 년 전에 만들어진 화강암 산지이다. 동일한 시기에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토함산의 화강암은 암석 표면에 구멍이 거의 없고, 경주분지의 흑운모 화강암은 비교적 큰 구멍이 많아서 불상 등 석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산의 화강암은 마그마가 지표 가까이 올라올 때 압력 감소로 내부의 수증기와 휘발성 가스가 빠져나가면서 암석 표면에 작은 구멍이 많이 생겼고, 광물 입자가 매우 크고 밝은 흰색을 띠어 석재로 쓰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남산에서 중요한 학습요소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남산은 신라에 불교가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삼산오악의 하나로 인식되어 산악신앙의 대상이었으며, 남산에 있는 40여 개 골짜기는 신라 건국의 성지인 서남산과 미륵골·탑골·부처골 등 수많은 돌속에 묻힌 부처가 있는 동남산으로 구분된다. 남산에 흩어져 있는 많은 불상들 가운데 세 가지 보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첫째 미륵골의 보제사 여래불, 둘째 지금은 경주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삼화령의 미륵삼존불, 셋째 부처골의 감실 석조여래좌상을 들게 된다. 남산 서쪽 기슭의 나정은 신라의 첫 임금인 박혁거세의 탄생(BC 69년) 신화가 깃든 곳이며, 양산재는 신라 건국 이전 서라벌에 있었던 6촌의 시조를 모신 사당이다. 또한 신라 제55대 경애왕은 남산의 포석정에서 백제의 견훤에게 죽었다. 그런가 하면 남산의 용장사는 매월당 김시습이 최초의 한문 소설인 금오신화를 저술한 곳이기도 하다.
◆ 주변에 이런 곳도 있어요!
▷경주역사유적지구
남산을 비롯한 경주는 유적의 밀집도와 다양성이 뛰어나 '경주역사유적지구(Gyeongju Historic Areas)'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유산이 산재해 있는 종합역사지구로서 유적의 성격에 따라 모두 5개 지구로 나누어진다. 불교미술의 보고인 남산지구, 천년왕조의 궁궐터인 월성지구, 신라왕을 비롯한 고분군 분포지역인 대릉원지구, 신라불교의 정수인 황룡사지구, 왕경 방어시설의 핵심인 산성지구로 구분되어 있으며 52개의 지정문화재가 세계유산지역에 포함되어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경북 경주시 인왕동에 있는 국립박물관으로 1913년에 설립되어 1975년 현 위치에 6.61㏊(2만 평) 규모의 터를 마련하여 이전하였고, 1985년에는 제2별관을 개관, 모두 세 채의 전시관을 갖추면서 경주의 대표적 문화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고고관에서 제1실은 선사시대실, 제2실은 고신라 토기실, 제3실과 제4실은 고신라 공예실, 제5실은 와전실, 제6실은 통일신라 토기실로 되어 있고, 미술관에서 제7실은 통일신라 금속공예실, 제8실은 조각실이 있으며, 안압지관에는 출토된 3만여 점의 유물 가운데 예술성이 뛰어난 명품 700여 점을 선별하여 전시하고, 별관은 천마총과 제98호 고분유물실이며, 야외전시장에는 승소골 3층 석탑, 승복사 쌍거북비석받침, 성덕대왕신종, 불국사 석가탑과 다보탑(복제품), 고선사지 3층 석탑 등이 전시되어 있다.
▷대릉원과 고분공원
대릉원을 비롯한 경주 시내의 노서동과 노동동의 고분공원에 있는 봉황대에는 왕건과 관련된 풍수설화가 전해온다. 왕건은 신라를 빨리 멸망시키기 위해 풍수지리의 창시자인 도선과 의논하여 계략을 부렸다. 도선은 경주 땅이 배 모양이니 배를 침몰시킬 방법을 강구하도록 조언하였다. 왕건은 고려의 첩자인 풍수가를 신라 조정에 보내 '경주가 봉황의 둥지 형상인데 그 봉황이 지금 집을 버리고 날아가려 하고 있으니 봉황의 알을 많이 만들어 봉황새는 알을 두고 떠나지 못하게 하고, 또 맑은 물을 좋아하는 봉황을 위해 샘물을 파고, 날갯죽지에 금을 넣어 두라.'하였다. 결국 봉황의 알은 흙으로 산을 만드는 격이니 배는 더욱 무거워지고 곳곳에 괸 샘물은 배 바닥에 구멍을 뚫은 것이며, 날갯죽지에 금을 박는 것은 돛대를 부러뜨리는 것과 같았다. 왕건은 이렇게 하여 신라의 멸망을 재촉했다는 것이다.(출처:경주 답사여행의 길잡이, 한국문화유산답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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