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부모들은 괴롭다. 아이들이 바라는 선물과 부모가 사고픈 선물은 늘 엇갈리게 마련이다. 크리스마스를 즈음해 연달아 잡힌 송년회 때문에 그러잖아도 눈초리가 귀에 닿은 부인들의 입을 귀에 걸리게 하려면 '성탄절 빅이벤트'는 필수다.
조금 색다른 크리스마스를 만들어보자. 원래 크리스마스엔 칠면조를 먹는다. 한국에 왔으니 코리언스타일로 바꿔 칠면조를 닮은 닭고기는 어떨까. 명색이 크리스마스니 뭔가는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아이들을 데려간 곳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아니었나 반성해 보자. 아이들의 선택 폭부터 빤했던 셈이다. 오천 원짜리 크리스마스 카드, 고르기도 지갑 열기도 부담스럽다면 직접 만든 한지에 편지를 써 볼 수도 있다.
25일 아침, 10시쯤 떠나보자. 느지막이 일어나도 된다. 안동에서 안동찜닭을 먹고 한지를 만들거나 탈을 만들어보면 색다른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을까. 혹은 문경에서 레일 바이크를 타고, 석탄박물관을 둘러보자. 크리스마스는 결국 추억이니까.
◆칠면조 대신 안동찜닭을
안동역 맞은편 안동 구시장은 안동찜닭 골목으로 유명하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열 개가 넘는 찜닭집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간판도, 가게 크기도 비슷비슷해 식당을 고르기는 힘들지만 어느 집이나 맛과 양은 비슷하다.
안동찜닭 가게는 사실 허름하다. 패밀리 레스토랑을 기대한 아이들이 실망한다면, 이렇게 이야기해주자. 아기 예수가 탄생한 곳도 마구간이었다고. 사실 가게는 허름해도 맛은 일품이다. 가격은 1만 8천 원. 서너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공깃밥 1천 원. 원조 안동찜닭을 먹어보면 알게 된다. 음식은 똑같은 재료라도 온도가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고온에서 쪄낸 찜닭 맛이 제대로다.
◆크리스마스 카드는 한지에
팬시점에 놓인 수많은 성탄 카드들, 좀 색다른 것을 고르면 1만 원 가까이 하는 금액에 입이 쩍 벌어진다. 전통 한지에 카드를 쓰면 어떨까. 게다가 직접 만든 한지라면 감흥이 더할 터.
안동 풍산읍 소산리 안동한지체험작품관(054-858-7007)에서는 한지제작과정을 보고 직접 한지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닥나무를 삶아 껍질을 벗기고, 씻고, 뜨는 과정을 공장을 돌며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종이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지난한 과정인지 보여주면 아이에게 한마디 하기 좋다. 네가 함부로 종이를 버리면 얼마나 많은 나무를 베어내야 하는지, 종이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견학이 끝나면 한지뜨기체험(1천 원)이 가능하다. A4 용지 크기의 작은 한지를 직접 떠내고 말려 현장에서 바로 가져갈 수 있다. 도톰하고 고급스런 한지를 받아들고 가족끼리 서로에게 편지를 쓰면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카드가 될 것이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체험이 가능하다.
한지체험장 옆에는 탈이나 문양, 손거울 등 몇 가지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한지탈 만들기 체험장은 '강추'할 만하다. 5천 원만 내면 탈을 만들 수 있는데, 다른 곳이 그러하듯 5분가량의 맛보기 체험이 아니다. 한지 세 장에 풀을 묻혀 발라내고, 다듬고, 꾸미는 과정을 거쳐, 20여 분 구워낸 후 귀걸이까지 박아 건네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손거울 만들기, 떡살 문양 만들기 등 다른 체험도 비용은 5천 원.
사실 한지체험장은 밖에서 보면 허허벌판에 외로이 선 썰렁한 공장이다. 뻘건 안내간판이나 차가운 외벽 등에 지나치기 쉽다. 그리고 한지공장 안은 바닥에 물이 흥건히 고여 있어 잠깐 둘러봐도 운동화가 축축하다. 하지만 견학과 체험을 해본다면 하늘에서 눈이 내리지 않아도 한지의 화이트 빛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다.
◆사슴썰매 대신 레일 바이크에
산타의 썰매는 루돌프 사슴이 끌지만,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레일 바이크로 달려보자. 이미 유명해진 문경 레일 바이크는 폐철로를 활용한 색다른 체험장이다.
바이크 한 대당 1만 원. 성인 두 명에 자녀 두 명까지 탈 수 있다. 왕복 코스이므로 바이크를 타기 전 아이에게 줄 선물을 들고 가, 편도 도착 지점에서 깜짝 증정 쇼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단 겨울에는 마스크, 목도리, 장갑, 귀마개를 준비하자. 왕복하는데 넉넉잡아 40여 분 소요. 다리운동이 꽤 된다.
문경까지 온 김에 인근의 석탄박물관도 들러보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실제 갱도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사실 교육적 측면이 강하다. 입장료 2천 원을 내면 인근 드라마 '연개소문' 촬영장까지 구경할 수 있다. 추워서 세트장까지 걷기 부담스럽다면 새로 생긴 모노레일(입장료 포함해 5천 원)을 타는 것도 재미있다.
석탄박물관도 보고 레일 바이크도 타고올 계획이라면, 석탄박물관을 먼저 들르는 편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레일 바이크를 탈 때 박물관 입장표를 가지고 가면 3천 원이 할인되니까.
안동·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문경·박진홍기자 pjh@msnet.co.kr
*이번 주 여행코스:안동 구시장-한지체험작품관-부용대-하회마을-문경 석탄박물관-레일 바이크 타기-문경종합온천
*'어서오이소' 다음주(22, 23일) 코스는 '천년의 역사 속으로-경주' 편입니다.
●주머니 팁
첫날
점심 안동찜닭 18,000
한지 체험 11,000
부용대 무료
하회마을 주차료 2,000
입장료 2,000
저녁 버섯전골 8,000
숙박 호텔 72,000(주말 기준)
둘째 날
아침 북어 해장국 6,500
석탄박물관 2,000
레일 바이크 7,000
점심 김치찌개 5,000
온천 6,000
●경험자 Talk
안동과 문경을 찾은 관광객들은 "한지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코스가 좋았는데 추위를 걱정해 아이와 함께 오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임석(38·서울 강서구 염창동)=이번 여행일정에 체험 코스가 많아 알찬 여행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명소를 타 지역 사람들에게 알리기 전에 해당 지역민들의 서비스 정신을 한 번쯤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이경화(45·여·서울 강남구 역삼동)=하회마을을 고즈넉하게 걸으며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조용한 경북의 아름다운 풍광을 가슴 속에 담아 돌아간다.
▷이덕순(35·여·서울 성동구 금호동1가)=안동과 문경은 위치상으로 서울·경기 수도권 지역과 가까워 좋다. 게다가 안동의 한지와 문경의 도자기 체험 등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거리가 좋아 만족도가 높았다. 돌아가서도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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