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 백두산이 있다. 무슨 엉뚱한 말이냐고 반문한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동해 깊은 곳에 백두산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자원의 산, 엄청난 생태의 산이 숨어 있다고.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그것이 전부라고 속단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닌데도 말이다. 지금까지 바다가 그랬다. 바다는 대대로 우리 조상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다. 20세기 들어 활용범위가 넓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고기 잡는 바다'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는 버릇처럼 자원이 없음을 한탄한다. 그러나 바다로 눈을 돌리면 더 이상 자원빈국이 아니다. 한반도의 면적은 중국의 44분의 1밖에 되지 않으나 해안선의 길이는 비슷하다. 428km에 이르는 경북의 동해안을 한 번이라도 와 본 사람이라면 그 빼어난 경치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독도 부근에는 한국이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불타는 얼음'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매장돼 있다.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천500억 달러 가치에 이른다고 한다.
신화 속의 용왕이 마셨을 해양심층수가 사람을 향해 손짓하는 곳도 바로 동해 바다이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지만 아무에게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바다. 무한한 자원의 보고이자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인 바다로 향한 출항은 개발과 보존이라는 균형 감각과 체계적 접근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바다로 가는 실마리를 찾고자 도지사 취임 후 가장 먼저 울릉도에 달려갔고, 도청조직을 개편하면서 해양정책과 신설을 가장 우선에 두었다. 그리고 신해양시대를 선포했다. 바다를 알고 지속가능한 바다영토를 개척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아담 스미스의 '해안선이 긴 나라가 부를 더 쌓는다.'라는 말을 경북에서 입증해 보이고자 한 것이다. 좁은 땅의 한계, 지방의 한계, 그리고 내륙지향적인 상상력의 한계를 벗어나보자는 의지이기도 했다.
올해 11월 22일은 바다의 시대를 연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본다. 지난해 12월 경북·강원·울산 등 동해안 지역 3개 시·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 15명이 힘을 모아 제안한 동해안광역권 개발지원 특별법안이 1년간의 험난한 항해 끝에 남해안 관련 3개 법안과 병합하고 다시 변경하는 과정을 거쳐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비록 우리의 기대에 부족한 부분들이 있지만 바다경제로의 시야를 넓히고, 지방에서 정치권의 공감을 얻어 상향식 입법으로 U자형 국토균형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무엇보다 각종 중복된 규제로 재산권 침해를 받아온 주민의 아픔을 덜어내고 잘 살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냈다는 기쁨이 이 법의 통과 속에 녹아 있다.
이 법의 특징은 산발적이고 무분별한 개발은 불가능해지고 친환경적이고 체계적인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건축법 등 36개 법률의 72개 인·허가가 의제 처리되고 과거 3년이 걸리던 사업이 6개월 이내로 단축된다. 시·군별이 아니고 동해안권 시·도지사 공동으로 동해안권 발전 종합계획을 세워 연안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법안 제정으로 동해안 지역에 총생산 유발효과 약 140조 원, 고용 유발효과 133만 명으로 추정되는 기회의 문이 열렸다. 법이 지향하는 목적에 맞는 지속가능한 초대형 국가프로젝트를 만들고 실천전략을 착실하게 준비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해답은 우리 민족의 바다 DNA에서 찾아나갈 것이다. 일찍이 신라인들은 바다를 통해 멀리 중동까지 진출했고, 조선시대 안용복은 바다영토 수호차원에서 독도를 지켜냈다. 무엇보다 왜구 침탈에 대비한 空島(공도)정책이 국운쇠퇴와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의 빌미가 된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이제 내륙과 지방의 한계를 넘어 해양강국의 꿈, 동해로 향한 바다 경쟁력 강화의 돛을 활짝 펼쳐야 한다. 동해안 에너지클러스터, 포항~울진~울릉·독도를 잇는 해양삼각벨트 구축 등 그동안 준비해 온 프로젝트를 국책사업화하고 도로, 철도, 항만 등 육지 길과 뱃길을 여는 것이 우선이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경북이 꿈꾸는 해양강국의 꿈은 지배가 아니라 북한, 러시아, 중국 동북부와 만나고, 멸종위기에 놓인 바다사자를 복원하여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새로운 바다의 역사를 열어가는 것이다.
바다의 역사는 그것을 위해 노력할 의지가 있는 자에게만 기회를 주었다. 동해의 미래를 어떤 색깔로 채색할 것인가? 붓은 우리 경북인의 손에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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