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기름제거 현장 헬기 구경 눈총

서해안변(邊)은 지금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원유유출 사고로 오염피해가 확산하면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관군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처연한 현장이다. 현장 여건은 최악이다. 역겨운 기름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살을 에는 한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일손을 거들고 있는 사람들 모두 춥고 배고프며 팔다리가 쑤시고 피로도 점점 쌓여갈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현장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돌연한 재난으로 삶의 터전이 망가진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동시에 천혜의 해안국립공원을 어떻게든 지켜내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다. 이런 현지사정을 접하고 동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늦게라도 일손을 거들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고 성금을 내거나 물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 현장에 가든 못 가든 내 불행인 듯 재앙의 고통을 나누고 성원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 국민의 미덕이 아닌가.

그런데 어제 태안에서 불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고 하니 유감천만이다. 무엇보다 헬기 방문이 화근이었다. 방제작업이 한창인 현장 코앞까지 군(軍) 수뇌부가 헬기를 타고 왔다가 눈총을 산 것이다. 헬기를 타고 올 수는 있겠지만 작업현장 가까이서 타고 내리는 건 금물이다. 굉음 때문에 작업에 방해가 될 뿐더러 현지 주민들 눈에도 곱게 비칠 리 없다. 누구라도 피해현장을 의례적인 방문코스 정도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서해안 일원은 글자 그대로 특별재난지역이다. 연일 기름띠가 번지고 있고 어느새 남방 저지선 격인 안면도, 천수만까지 위협받고 있는 지경이다. 이런 곳엔 행차 자체도 자제해야 하지만 가더라도 뭔가 도움이 돼야 할 것이다. 무턱대고 찾아간다고 능사가 아니다. 최소한 장갑, 방제복과 방제도구 등을 지참해야 힘을 보탤 수 있다. 지도층일수록 수범을 보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정오(대구 남구 대명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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