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우리도 학비만 있었으면 대학에 갈 수 있었겠지. 그럼 마음껏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지난 10월 2일 세상을 떠난 배영애(50·여) 씨가 살아 생전 남긴 마지막 말이다. 1976년 경북여고를 졸업하고 1년 뒤 대구지방세무서에 입사, 30년 동안 외길 인생을 걸어온 그녀는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생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아쉬움은 세상을 등진 그녀를 대신해 형제들이 그녀의 못다이룬 꿈을 후배들에게 선사하는 것으로 채워졌다. 형제들은 고인이 결혼도 마다한 채 일에 몰두하며 쌓아 놓은 1억 원의 퇴직금을 경북여고 장학회인 (재)설매장학회에 쾌척했다. 9남매 중 여덟째였던 그녀가 현실을 위해 접어야 했던 대학의 꿈을 후배들에게 대신 펼쳐준 것이다.
사실 후배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까지 그녀는 생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지난 4월 갑자기 찾아온 난소암 및 자궁암과의 사투를 벌여야 했던 것. 결국 6개월 만에 그녀는 세상을 등졌고 퇴직금과 평생 모은 재산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이에 고인의 고교 동창이자 세무서 입사 동기인 이원자(50·여) 씨가 형제들과 유산 문제를 상의했고 결국 모교에 기탁하게 됐다. 반평생을 홀로 당당히 살다간 친구를 보며 이원자 씨는 "그녀의 꿈을 후배들이 대신 펼쳐줄 것을 믿는다."며 고인의 뜻을 대신 전달했다.
장학금 기탁식은 18일 오후 장학회 이사진, 북대구세무서와 대구지방국세청 직원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