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방관들 "짜맞춘 용역" 성토 봇물

'인건비 부담·조직체계 비효율적' 발표에 "겉핥기 조사" 분통

"인력충원과 처우개선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도청의 의도대로 나온 용역 결과를 갖고 소방 조직을 재편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17일 오후 2시 경북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경상북도 소방기관(소방학교·소방서)에 관한 조직진단 연구용역' 공청회에 참석한 100여 명의 소방관들은 한결같이 주최 측과 용역업체를 성토했다.

이들은 대부분 초청받지 못했지만 공청회 30분 전부터 도청으로 모여들어 좁은 공청회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용역 업체의 보고가 끝나자마자 소방관들은 연구결과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용역업체는 도 전체 인력의 51%를 차지하는 소방직 공무원의 인건비가 전체의 47.4%를 차지해 도 재정 부담이 막중하다고 지적했다. 또 소방직은 소방본부장이, 소방 기능직은 도지사가 인사하는 현재의 이원화된 인사업무로는 지휘체계가 불명확해 효율적인 인력관리가 불가능해 도지사가 인사업무를 총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제시했다.

게다가 도내 120개 소방 지역대의 대대적인 통폐합을 통해 업무효율성을 제고하고, 도내 15개 소방서마다 설치돼 있는 119상황실도 하나로 통합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대해 소방관들은 "소방직 공무원 인건비는 정부가 주는 교부세로 전부 충당하는데 재정에 무슨 부담을 안긴다는 것이냐. 경북도 예산 중 소방관련 예산은 전체의 4%도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현재 소방관 중 소방직이 98%, 기능직이 2%가량인데 인사업무가 이원화돼 지휘체계가 불명확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했다. 또 "전쟁이 안 난다고 전체 군인이 노는 것이 아니듯 소방 같은 안전 분야를 단순히 경제성, 효율성 잣대만 가지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 않으냐."는 의견도 많았다.

결국 소방관들은 짜맞춘 듯 작성된 이번 연구용역 결과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만큼 다시 용역을 발주하든지, 도 행정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조직개편 TF팀에 소방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뒤 대거 퇴장했다.

한 소방관은 "수박 겉 핥기식 조사만 한 뒤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도대체 현장의 어떤 점을 진단했는지 무척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기획조정본부 관계자는 "이번 조직진단은 소방조직을 무조건 감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3교대 등으로 인력 보강을 해야 하는 곳은 하면서 보다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바꿔보자는 의도"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신설된 도내 소방서에 대한 인력 보충, 3교대 인력 확충, 소방학교 응급구조사 보강 등 소방관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내년 2월 도의회 임시회 때 보다 합리화, 효율화된 소방조직 개편안을 상정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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