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대학에는 TV가 없어서 서해안 기름사고를 몰랐어요. 뒤늦게 양식장 굴이 기름덩어리로 변한 것을 보고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특히 그쪽이 고향인 스님들은 발만 굴렀지요."
수행과 공부에 정진하는 청도 운문사 비구니 학인스님들이 태안반도 기름띠 제거작업에 두 손을 걷어붙였다.
17일 청도 운문사 승가대학(학장 명성 스님) 1~4학년 130여 명은 이날 오전 5시에 출발, 왕복 12시간이 걸리는 태안군 신두리 해수욕장으로 달려가 온종일 기름띠 제거작업에 매달렸다. 법당기도 담당 등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태안 현장으로 달려간 것.
교무 운산 스님에 따르면 마침 100일 기도가 끝나는 이날을 D데이로 잡고, 대구 서문시장에 남아있는 부직포를 모두 사들이고, 인근 선방에서 제공한 쌀과 컵라면, 헌 헝겊, 고무장갑, 비옷 등을 차곡차곡 준비했다가 현장으로 가져갔다.
"인간의 오만 때문에 벌이진 일이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합니다."
스님들은 이날 작업에 앞서 참회의 기도를 낭독하고, 피해지역 천도재 예불을 먼저 지냈다고 한다. 이어 기름이 온몸에 배는, 고행 아닌 고행을 담담히 수행했다. 스님들은 물휴지와 헝겊으로 일일이 해수욕장 바윗돌에 묻은 기름때를 닦고 또 닦았다.
스님들은 보상 문제 때문에 아직 치우지도 못한 양식장 등의 상황은 그야말로 참담한 지경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함께 동행한 사진작가 장국현 씨는 "이곳은 천혜의 모래사구 지역으로 유명해 전에도 수차례 사진촬영을 한 곳인데 오늘 보니 엉망진창이 돼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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