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의 활동 못잖게 부인들도 그동안 대구·경북을 찾아나서는 등 남편 내조에 나섰다.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이들이 전하는 지역민심에 기대하는 간절한 바람, 내조에 대한 애환들을 들어 봤다.
♠ 이명박 후보 부인 김윤옥 씨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부인 김윤옥 씨는 이웃집 아줌마 같은 푸근한 느낌이 가장 큰 무기다.
다소 날카롭고 까칠(?)하게 보이는 이 후보와 달리 둥그런 얼굴에다 낙천적이고 호방한 성격으로 남편의 약점을 상당히 보완한다는 평가다.
김 씨는 남편 못잖게 바쁜 나날을 보냈다. 남편의 출마준비 이후 수시로 대구를 돌아봤던 그는 선거운동 이후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과의 만남을 잊지 못했다. 그는 "경북도민들의 따뜻한 환대를 듬뿍 받았습니다."라며"시장과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이 제 인상이 좋다며 손도 잡아주셨다."고 말했다.
김 씨는 바닥 민심을 남편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재래시장 등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경제를 꼭 살려 달라. 정말 어렵다.'며 손을 꼭 잡고 하는 말씀들을 남편에게 빠짐없이 전달합니다."고 말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대선결과와 관련, 그는"최선을 다할 뿐입니다."고 했다.
김 씨는 선거운동 기간 남편에 대한 네거티브가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남편이 가장 유력한 후보이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고 참았고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대학(이화여대) 입학 전까지 대구를 떠나본 적이 없었다는 김 씨는"어렸을 때 비가 오면 친구들과 사과를 주어 함께 먹었던 것이 생각납니다."며"고향을 생각하면 늘 기분이 좋아지고 가고 싶어집니다."라며 고향에 대한 애착을 전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 정동영 후보 부인 민혜경 씨
"누구보다도 효자인 남편이 그런 덫(노인폄훼 발언)에 걸린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이후 노인정책에 앞장섰고, 대한노인협회에서 감사패까지 받았습니다. 화가 복이 되어 돌아온 거죠."
정동영 통합신당 후보 부인인 민혜경 씨는 대구에서 과거 남편이 했던 노인관련 발언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부터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본관이 동래(東萊)인 남편은 13대 종손이고 선산이 경북 예천과 의성에 있고 맏며느리로서 성묘도 가고 봄에는 의성에 있는 종친 댁을 찾아 하룻밤을 자고 오기도 합니다. 시댁의 본산인 만큼 대구·경북은 나에게 아주 소중한 곳이지요."라며 대구경북과의 인연을 특히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편에 대한 지역민들의 지지를 기대했다.
정 후보에 대한 내조는 의외로 간단하면서도 애정이 묻어 있다. "평소에는 쓴소리를 가리지 않는데 선거 때는 절대 안 합니다.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 위로 말도 아끼지 않습니다."며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도록 쑥떡 등 간식을 준비해주고 연설이 많을 때는 버섯물을 달여 수시로 먹게 하는데요… 그래도 잠이 보약인지라 최대한 잘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남편 못지 않게 바쁘게 보내고 있는 그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6시 새벽기도로 아침을 시작하고 성당을 다녀와서 남편 식사와 옷은 정성껏 직접 챙긴다.
전주여고와 숙명여대를 졸업한 민씨는 좌우명이 '역지사지(易地思之)'라 소개한 뒤 "상대방 입장이 내 입장일 때가 더 많습니다."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 이회창 후보 부인 한인옥 씨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69) 씨는 남편의 대선출마 이후 조용한 내조자 역할을 자초하고 나섰다. 주요 일정은 보이지 않게 남편이 가는 길을 비춰주는 방향으로 잡아가고 있다.
한 씨의 대구·경북사랑은 남편 못잖다. 한 씨는 지난 1, 2일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와 안동을 찾은 데 이어 17일 태안반도 기름방제 돕기에 나선 뒤 오후에는 충남을 거쳐 경북을 찾았을 정도. 그는"대구방문 때 제가 들렀던 칠성시장을 15일 남편이 가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며"부부가 따로 시간 차로 전국을 누비기 때문에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고 내조일정을 잡는 방향을 설명했다.
16일엔 남편보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남편이 지난 13일 다녀갔던 경남 마산·창원·진주시를 포함해 밀양시·고성군의 재래시장·사찰 등을 누벼가며 이 후보가 꼭 당선되도록 도움을 호소한 것.
그는"비공식 일정 때는 주로 어려운 복지시설 등을 찾아다니며 남편의 서민행보와 비슷한 일정을 잡고 있습니다."며 "힘들지만 보람도 큽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편안하고 젊게 보이도록 해준'점퍼 패션'도 그의 작품. 서민층을 찾아다니며 발빠른 행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딱 들어맞고 있다.
남편이 대구 서문시장에서 비록 계란투척이라는 예상치 못한 일도 당했지만 지역민들의 남편에 대한 애정을 기대하고 있었다. 과거 두 번에 걸친 선거에서도 많은 지지를 보내준 것처럼 이번에도 지지를 믿고 있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 권영길 후보 부인 강지연 씨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부인 강지연 씨는 자신을 '옆지기'로 소개했다. 이유에 대해 "저를 '후보 부인'이나 '내조자'라는 말보다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옆지기'라는 말을 선호합니다." 당당한 말투가 운동권 출신 후보자 아내다웠다.
그는 남편처럼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그는 "후보 최측근 당원으로서 비정규직·영세사업장 등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고 지역 곳곳을 돌며 선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방문에는 각별한 애정을 쏟는다고 했다. "고향이 영천입니다. 아버지·할아버지도 영천에 사셨습니다. 지금도 영천 자양면의 고향에서 사촌오빠들과 콩 서리 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난 7일 대구와 경북을 방문한 강 씨는 이어 "대구·경북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가서 보니 예전과 달리 많이 변화된 모습이었고 많이들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특히 경북대학교 청소용역 아주머니들과의 만남이 기억에 남는데 최저임금을 받고도 그나마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라고 지역방문 느낌을 말했다.
최근 '김장을 제일 잘 담글 것 같은 영부인 후보 1위'에 선정된 이유를 물었다. "재치있는 말투를 구사하는 것보다 드라마 같은 삶을 꾸밈없이 전한 것뿐입니다. 아침방송에서는 가장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후보 부인이라는 별명도 얻었어요."라고 답했다.
그는 "여성과 저소득층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는 사회를 바꿔야 합니다."라면서도 남편에 대한 지역민들의 지지와 사랑을 호소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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