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생활정보지가 다 어디로 갔을까?"
버스승강장이나 교차로 주변, 아파트, 식당, 점포 입구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각종 무료 생활정보지가 사라졌다. 배포대에는 생활정보지 대신 낙엽이나 쓰레기가 들어차 있는 실정이다. 대구 북구 침산동 현대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40·여)은 "생활정보지 광고 좀 보려고 나왔는데 텅텅 비어 있다."며 "폐품을 줍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리어카나 유모차를 끌고 와 모조리 치우기 때문에 생활정보지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푸념했다.
시민들의 구인·구직 광고 등 정보가 담긴 무료 생활정보지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경기 침체, 일자리 부족 등으로 폐품, 폐지 수집에 나선 노인들이 생활정보지를 싹쓸이해 재활용업체나 쓰레기수거업체에 내다 팔고 있기 때문. 이에 생활정보지 업체는 시민들에게 직접 전해지도록 배달까지 나서고 있고, 가져다 놓으면 뺏기는(?) 폐지 수집 노인들과의 쫓고 쫓기는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구의 한 생활정보지에 따르면 폐지 수집 노인들 때문에 예전 약 100m에 10부씩 배포대에 꽂던 것을 30m에 3부씩으로 촘촘히 놓거나 오전, 오후로 나눠가며 배부해도 소용이 없었다는 것. 심지어 배부 차량을 쫓아다니며 정보지를 수거하는 통에 일부 시민들은 직접 전화를 걸어와 "돈을 낼 테니 집으로 배달을 해 달라."고 하소연까지 하고 있다.
최정순 대구동네방네 편집실장은 "경찰에 신고도 해보고, 정보지를 빼가는 어르신들에게 '며느리나 자식에게 용돈을 더 달라고 하라'며 부탁도 해봤지만 오히려 '너희들한테 욕 먹는게 낫지 자식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기 싫다'고 해 머쓱한 적도 있었다."며 "편의점 내부에 배부하려니 무가지, 유가지를 모두 가져 가는 일까지 생겨 정말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침산2동사무소 근처에서 바퀴 달린 시장바구니에 폐신문지 등을 잔뜩 넣은 한 할머니(72)는 "이렇게 꽉꽉 채워서 하루 팔면 2천, 3천 원이라도 남는다."며 "미안하지만 생활이 마땅찮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구생활정보신문협회에서는 특별감시반까지 편성해 생활정보지 분실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곳을 중심으로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홀몸노인들의 생계 문제가 걸려 이렇다 할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
협회 관계자는 "생활정보지 단가는 용지값, 인쇄비까지 해서 만만찮은 편인데 노인들이 하루에 몇 천 원에 팔고 있다고 하니 아깝고 또 손실도 엄청나다. 심지어 플라스틱 배부함이나 공동배부함을 들고 가기도 한다."며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발생하는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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