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

내일이면 향후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결정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 불 이상의 선진국 대열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국민소득 1만 불 정도의 개발도상국으로 남느냐, 이도 저도 아닌 후진국으로 전락하느냐는 중대한 결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각 대통령 후보들은 정책토론이나 공약대결보다는 후보 개인의 도덕성과 사생활만 부각시키고 상대 약점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공약이라고 발표되는 것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실현 불가능한 것도 많고, 뜬구름 잡는 식의 그야말로 空約(공약)들만 남발하고 있다.

의과대학의 교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필자는 자연히 교육과 보건의료에 관한 공약들을 살펴보고 대선후보 진영의 정치역량이나 국정수행 능력을 판단해 볼 수밖에 없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교육과 보건의료에 관한 공약이나 정책들을 보면 어느 후보도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도시 일용노동자의 한 달 임금을 훨씬 상회하는 사교육비 부담, 공교육의 붕괴, 조기유학 문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백수 등등의 문제점만 나열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나 해결 방법에 관한 꾸준한 노력 없이 급조된 공약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다.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맞아 감기와 같은 경제적 부담이 별로 없는 질병들은 보험 적용을 받으면서 정작 한 가족에게 일순간에 경제적·사회적으로 치명타를 주는 백혈병이나 중증 암 등은 정작 보험 적용을 못 받고, 고령화 사회의 진입과 함께 커다란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성인병이나 치매 등에 대한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현재의 의료보장 시스템은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사회통념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과 분야의 수재들은 의약계열로 진학하고 문과 분야의 천재들은 법과대학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수재나 천재들은 의약계열이나 법과대학보다 공과대학이나 상과대학으로 진학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거의 없다. 우리가 먹고살 수 있는 길은 외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서 고부가 가치의 상품을 만들어 내 수출하는 것이다. 공과대학에 우수한 인재들이 진출해 훌륭한 물건을 만들어 내고 상과대학의 인재들이 전 세계를 상대로 교역을 하며 이것을 팔아야 부자가 될 수 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가 열 개의 물건을 만들어 그 중 하나만 성공시키고 나머지 아홉 개는 버려도 대박을 터트린 상품 하나만 가지고도 원가를 보전하고 몇십 배의 부가가치를 재생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성공을 위해 아홉을 희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나 법관의 경우는 다르다. 천재 의학도가 획기적인 치료방법을 개발해서 열 명의 환자를 치료해 아홉 명은 살렸으나 한 명이 부작용으로 죽었다면 이 치료법은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이다. 의사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환자를 치료하기 보다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그 효능이 입증되고 많은 실험을 통하여 충분히 검증된 치료법만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법관도 마찬가지다. 아홉 명의 악한을 처벌하기보다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진정한 법관의 의무일 것이다. 즉 의사나 법관은 천재나 수재보다는 보편 타당한 생각을 가지고 충분히 입증된 치료법이나 판례들을 성실하게 연구해 합병증이나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범생들이 택하여야 하는 직업인 것이다.

최상위 그룹의 천재나 수재들은 대박이 되는 물건을 만들고 팔아 전 국민을 부자로 만들고, 상위 그룹의 우등생 및 모범생들은 건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도록 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뽑혔으면 좋겠다.

민병우(계명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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