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 한비야 씨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구호활동을 하면서 들은 이야기란다. 한정된 구호자금으로 인해 한 마을에는 씨를 나누어 주었지만 이웃 마을에는 그러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비가 오지 않아 뿌린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했다. 놀라운 사실은 씨를 나누어 받은 마을 사람들은 씨를 심어놓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수확기까지 한 명도 굶어 죽지 않았는데, 옆 마을에서는 아사자가 속출했다고 한다. 똑같이 비가 오지 않았지만 씨앗을 뿌렸다는 사실 하나가 사람들을 살려 놓았다는 것이다. 씨앗이 희망인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대구·경북 경제는 건설경기의 부진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에도 희망의 씨앗을 많이 뿌려놓았다. 연초에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고 이 일이 지역경제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렸다.
현재 준비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숙박시설 등 인프라도 구축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대구를 U(유비쿼터스)시티로 탈바꿈시킬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한미 FTA 타결도 최대 수혜업종인 자동차부품과 섬유가 주종산업인 대구에게는 큰 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치일정으로 인해 양국 국회에서의 의결이 지연되고 있기는 하지만 양국경제에 상호 도움이 되므로 결국은 의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8월 예천군은 전 군민이 힘을 합쳐 '2007 예천 곤충바이오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뒀다. 9월엔 김천에서 시와 주민이 적극 협력, 토지보상 절차를 빠르게 진행한 결과 전국에서 두 번째로 빠른 혁신도시 기공식을 가졌다. 경북 드림밸리라 명명된 김천 혁신도시는 첨단과학기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형 도시로 육성될 것이라고 한다.
상호 보완관계에 있는 대구와 경북의 조화로운 경제발전을 위해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시·도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배경으로 지난해 7월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위원회를 설립한 바 있다. 현재 대구경북 공무원수련원 공동건립, 세계에너지총회 유치 협력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아울러 민간차원의 지원조직인 대구경북경제통합포럼이 발족돼 시·도민들의 공감대 조성과 대구경북 공동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협력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지난 10월 대구에서 열린 제46차 동양 및 동남아 라이온스대회에서 대구와 경북의 공동마케팅으로 짭짤한 관광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밖에 우수 인력 기반조성을 위해 경북대와 상주대를 통합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엔 대구·경북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기 위한 유치활동을 끝내고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경북은 항만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경제자유구역들과는 달리 교육·의료 등 지식기반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륙형 경제자유구역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에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향후 10년간 대구·경북의 경제를 획기적으로 도약시키는 커다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등 희망적인 조짐이 보인다. 최근 지역 경제는 생산 및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소비가 회복되는 등 개선추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개최된 '2008년 경제전망과 지역산업의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대구경북연구원은 내년도 대구와 경북지역의 지역내 총생산(GRDP) 증가율을 각각 3.5%와 7.0%로 전망했다. 2011세계육상대회, 경제자유구역 지정예정에 따른 기대심리와 고속철도 철도정비사업, 이시아폴리스, 대구테크노폴리스, 신서혁신도시 착공 등 공공부문의 건설 확대가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모멘텀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달 초 직원들과 같이 사랑의 연탄 전달 행사를 가졌다. 실제로 체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시작하기 전 생각하던 것과 온몸에 검댕 칠을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연탄 나누기 체험을 해보니 감동이 남달랐다. 한 직원은 "우리가 나누어 주었으나, 오히려 받는 것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어떤 이유로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그 감동을 전해줬다.
당사자로서 일에 몰두하는 경우 구경꾼으로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충족감을 느끼는 법이다. 무자년 새해에는 그동안 뿌린 경제의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맡은바 역할에 충실해 그 싹이 꿋꿋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큰 기쁨을 느껴보자.
이강세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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