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침묵조차 풍경이 된다…'겨울여행지' 홋카이도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이 된 곳

일본 영화 '러브레터'(감독 이와이 순지·1995년 작)에서 하얀 눈이 덮인 설원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그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 일본 북단의 섬 홋카이도다. 뛰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홋카이도는 여름에도 가볼 만한 곳이지만 명성답게 눈 내리는 겨울이 더욱 어울리는 곳이다. 겨울 바람에 몸이 떨릴 때면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된다. 두툼한 겨울옷을 준비한 뒤 우리나라 뮤직 비디오 촬영지로도 인기있는 홋카이도로 가보자.

◆삿포로와 오타루

▶삿포로=1972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을 연 삿포로는 홋카이도의 대표 도시다. 홋카이도의 지명은 토착민인 아이누족의 말에서 유래한 것이 많은데 홋카이도 도청 소재지 삿포로 역시 마찬가지. '건조하고 넓은 땅'이란 뜻이다.

삿포로는 시가지가 바둑판처럼 계획 설계돼 상세한 지도 한 장이면 길을 찾기도 쉽다. 쉽게 눈에 띄는 것이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오도리공원(大通公園). 매년 2월 열리는 눈 축제 때는 아름다운 얼음 조각들을 만날 수 있다.

북위 46°인 까닭에 오후 4시가 넘으면 해가 진다. 어둠이 깔리면 오도리공원을 거닐어보자. 조금 추운들 어떠랴. 공원을 따라 줄지어 선 나무에 갖가지 색깔의 전등이 빛을 발하고 화려한 원색의 조형물들이 이방인들을 반긴다.

그외에도 1878년 설치한 시계탑, 옛 도청 청사 등 유서깊은 건물들을 만날 수 있고 중심가인 스스키노 거리에서는 홋카이도 특산인 게요리와 삿포로 라멘 등 입맛을 당기는 먹을거리도 맛볼 수 있다.

야구장으로 쓰다 축구경기가 있으면 천연잔디구장이 공기 부양 방식으로 돔 안으로 들어오는 삿포로돔은 또 다른 명물. 돔 천장에 있는 전망대에선 흰 눈에 묻힌 삿포로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타루=삿포로에서 자동차를 타고 서쪽으로 50여 분 가면 자그마한 항구도시 오타루에 이른다. 일찍이 개항을 한 덕에 마치 유럽의 한 소도시 같은 느낌도 주는 곳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100년이 넘은 석조 건물들과 바닷가 옆을 나란히 지나는 옛 운하 주변의 커다란 석조 창고들이 한 때 이곳이 홋카이도의 중심지였음을 짐작게 한다. 수많은 일꾼들과 갖가지 물품이 드나들었을 창고들은 현재 식당, 잡화점, 기념품 가게, 주차장 등으로 활용 중이다.

운하에서 한 블록 옆은 유난히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사카이미치도리에서 메르헨 교차로 사이를 걷다 보면 맑고 고운 음악 소리가 끊임없이 귓가를 스친다. 금속판을 이용, 소리를 내는 오르골을 만들어 파는 공방과 유리 공예품 공방이 줄지어 있기 때문이다.

◆온천 지대 죠잔케이와 노보리베츠

화산지대인 덕분에 일본에는 온천 지대가 많은데 홋카이도도 예외는 아니다. 홋카이도의 매서운 겨울 바람을 피하기에는 더운 김이 피어오르는 죠잔케이(定山溪)나 노보리베츠(登別)가 제격. 모두 삿포로에서 차로 2시간 거리 이내에 있으며 숙박 시설이 잘 갖춰져 온천욕을 즐기며 묵은 피로를 풀기에 좋다.

죠잔케이에는 계곡을 따라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죠잔케이 인근에는 삿포로 국제스키장이 있어 관광객들에게 더욱 인기다. 다양한 성분을 포함한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노보리베츠의 명물은 지코쿠다니(地獄谷). 회색빛, 붉은빛으로 물든 바위산에서 화산가스가 분출돼 주변에선 강한 유황 냄새가 진동한다. 화산 폭발 화구로 생긴 바위산 골짜기 사이로 작은 언덕들이 이어지는데 그 사이마다 연기가 피어오른다. 말 그대로 '지옥 계곡'의 풍경이다.

◆가는 길=부산 김해공항에서는 화·목·토요일 각 1편씩 삿포로로 가는 항공편이 있다. 내년 3월까지 인천공항에서 삿포로 신치토세공항까지 대한항공이 매일 1회 운항하고 JAL 역시 매일 한 차례 비행기가 뜬다. 각 여행사마다 내놓은 홋카이도 관광 상품 중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홋카이도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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