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박우현 作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박우현

이십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매일신문에서 선생님의 글을 접하고 있습니다. 그런 종류의 시 해설을 여러 책에서, 여러 신문에서 많이 보았지만 선생님의 시 해설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는 아마추어 시인쯤 됩니다. 이번에 시집을 내게 되었는데 선생님께 한 권 드리고 싶어서 보냅니다."

얼마 전에 받은 시집에 끼어 있던 메모 한 장. 대구에 있는 어떤 여학교 국어선생님이 펴낸 소박한 시집. 소박한 시집 소쿠리에 담긴 소박한 시. 이 소박미가 나는 좋다. 물맛 밥맛의 소박한 맛. 세상 온갖 '야리꾸리'한 맛이 판을 쳐도 심심하고 담담한 밥맛 물맛을 따를 수 없으니. 영혼의 양식인 시 또한 소박미가 으뜸 아닐까.

그나저나 소박한 마음 담은 짧은 메모 한 장에 이리 마음 금세 환해지니 나여, 너는 영영 소박한 사람 되기는 그른 것 같구나.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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