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힘든 삶에 평화를…크리스마스에 만나는 영화

▲ (위로부터)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 (위로부터)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것도 노숙자와 게이라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말이다.

올해 크리스마스 역시 '크리스마스용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유독 '크리스마스'를 제목 삼고 있는 영화가 두 편 있다. 13일 개봉해 순항중인 곤 사토시 감독의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실화를 바탕으로 한 '메리 크리스마스'가 그것이다. 이 영화들은 '러브 액추얼리'와 같이 무한정 달콤하거나 희망적이진 않지만 나름대로 크리스마스를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영화들이다.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오면 오색찬란한 꿈과 희망을 제시하는 영화들이 나오기 마련.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어딘가 부적절해보인다. 게이, 가출 소녀, 노숙자 등 주인공부터 심상치 않으니 말이다.

도쿄의 화려한 크리스마스이브, 도박빚 때문에 거리로 나온 긴과 가출 소녀 미유키 등 노숙자 3명이 갓난아기를 발견해 부모를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아이를 품에 안고 도시 곳곳을 누비면서 여러 가지 기적을 체험한다는 내용이다.

배경은 도쿄의 뒷골목, 무료급식을 타먹기 위해 억지로 목사의 설교를 듣는 노숙자들의 지겨운 표정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편의점 공동묘지에 추모객이 두고 간 술이 일용할 양식인 긴(알코올 중독자), 하나(게이), 미유키(가출 소녀)가 이 심상치 않은 성탄 애니메이션의 주연이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까칠한 세 사람이 크리스마스 저녁 티격태격 싸움을 시작한다. 무료한 시간을 죽이려는 듯 초점없이 거칠어지는 이들의 싸움을 멎게 만든 건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기의 울음소리. 버려진 아이에게 엄마를 찾아주기로 마음먹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잘나가는 경륜선수였지만 딸과 아내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노숙자가 됐다는 긴. 그러나 그는 도박빚에 몰려 집을 도망쳐 나온 아버지일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여성을 꿈꾸는 하나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못생긴 외모 때문에 고통을 당해온 게이. 물어뜯을 듯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미유키도 실은 아빠를 칼로 찌른 아픈 기억에 빠져 있다.

이 영화 속의 '기적'은 초자연적 이적이 아니라, 세 사람이 그 고통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용기다.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셋이 함께 보낸 시간이 애정, 기억, 기적에 대해 아름다운 결말을 제시하는 곤 사토시 감독의 작품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티앙 카리옹 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는 실제 전쟁에서 일어난 특별한 크리스마스의 휴전을 다룬 동화 같은 유럽영화다. 이 영화는 1914년 세계 제1차대전 당시 대치하던 스코틀랜드, 프랑스, 독일군이 맞은 특별한 성탄절을 다뤘다.

1914년 여름 독일 베를린 오페라하우스 최고의 테너 가수인 슈프링크(벤노 퓨어만)는 프리마돈나이자 연인인 안나(다이앤 크루거)를 두고 참전한다. 또 스코틀랜드 성공회 신부 팔머(게리 루리스)는 자신이 맡고 있는 교구의 조너선 형제가 전장으로 나가자 그들을 염려해 군종신부로 자원한다. 프랑스에서도 임신한 아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독일군에 점령됐다는 소식을 듣고 잠 못 이루고 있는 오드베르 중위(기욤 카네)가 부하들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 북부를 경계로 대치하고 있다. 12월 24일 밤, 잠시 총격이 멈춘 틈을 타고 스코틀랜드군 쪽에서 팔머 신부가 백파이프를 불고 독일군 쪽에서 슈프링크가 그에 맞춰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화답한다. 프랑스군도 동참하고 결국 세 부대의 책임자들은 모여서 임시 휴전하기로 입을 모은다. 이들은 한데 모여 팔머 신부가 진행하는 미사에 참례하고 음식과 술을 나눠 먹으며 친구가 된다. 아침이 밝자 세 부대의 군인들은 예전과 같이 상대방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기 어렵게 된다. 20일 개봉 예정.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