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부자의 오만함에 철퇴가 내려졌다. 중동 심판의 노골적인 편파 판정이 난무했던 2008 베이징올림픽 남녀 핸드볼 아시아 예선이 다시 치러지게 된 것.
국제핸드볼연맹(IHF)은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사회를 열어 내년 1월 전에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다시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로 열리는 이번 예선의 조직위원회 구성, 심판 배정 등 민감한 기술적 사안은 아시아핸드볼연맹(AHF) 대신 IHF가 주관하게 됐고 경기 장소, 대회 진행 방식 등도 사흘 안에 발표하기로 했다.
이로써 올해 벌어졌던 예선에서 AHF 회장국인 쿠웨이트, 카자흐스탄에 본선 진출권을 도둑맞았던 한국 남녀 핸드볼은 베이징 직행 티켓을 따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동안 AHF 회장이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인 쿠웨이트 왕자 아메드 알파하드 알사바는 석유를 팔아 축적한 부(富)를 적극 이용, 세계 핸드볼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AHF는 왕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쿠웨이트 대표팀에 유리한 편파 판정을 예사로 저질렀지만 IHF조차 이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한국이 피해를 본 것만 해도 최근 두 차례. 지난해 12월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도를 넘은 편파 판정에 울분을 삼켜야 했다. 남자 핸드볼팀은 쿠웨이트 전에서 카타르 출신 심판 두 명이 불리한 판정을 쏟아내는 바람에 26대32로 패했다.
쿠웨이트 심판 2명이 경기를 운영한 준결승에서는 한 수 아래인 홈팀 카타르를 맞아 28대40으로 대패, 아시안게임 6연패가 좌절됐다. 어이없는 심판 판정에 웃다가 경고를 받고 속공을 하려 할 때마다 휘슬을 불어 경기를 끊는 판정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카타르 전 후 만나 본 한국의 에이스 윤경신은 "미리 각본대로 진행된 경기여서 신이 왔다 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지만 대회 공식홈페이지는 이를 "한국 선수는 '신이 경기를 했다해도 이길 수 없을 만큼 잘한 경기'였다고 카타르를 칭찬했다."고 왜곡 보도했다.
9월 일본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은 또다시 요르단 심판 2명의 노골적인 편파 판정으로 쿠웨이트에 20대28로 졌다. 다만 독일 심판의 공정한 판정 속에 치러진 카타르 전에서는 35대14로 대승, 도하에서의 설움을 되갚았다.
이에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항의했고 대한핸드볼협회는 쿠웨이트 전 편파 판정 관련 영상물을 제작, IHF 회원국에 보내는 등 다방면으로 적극 나섰다.
결국 IOC는 IHF에 편파 판정이 이어질 경우 핸드볼을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배제시키겠다고 IHF를 압박, IHF가 예선을 다시 치르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오일 달러로 배를 불린 채 오만함에 가득찼던 벼락부자들이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힐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제 한국이 실력으로 그들의 콧대를 꺾어주는 일만 남았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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