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하나면 남부러울 게 없었던 1980년대 초교생,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햄버거세트를 들고 마냥 기뻐하던 90년대 초교생들을 넘어, 최근엔 뷔페형 시푸드 패밀리 레스토랑이 생일잔치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아이들 생일상 차리기가 여간 부담되는 게 아니다.'는 부모들의 푸념도 함께 늘고 있다.
최근 초교 4년생인 딸의 생일상 마련을 위해 파티플래너와 행사 준비 이벤트 회사에 문의했다는 이모(38·여·대구 달서구 상인동) 씨는 "아이들끼리 생일잔치를 두고 서로 비교를 한다."며 "직접 집에서 차려줄 생각이었는데 뜻밖에 돈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집에서 생일상을 차릴 경우 엄마들까지 합세하는 경우가 적잖아 음식값이 배로 들었기 때문. 아이 10명, 어른 7명이 참가한 생일잔치에 이 씨가 준비한 생일상은 피자, 치킨, 사과와 귤 등 과일,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 먹는 데 쓴 돈만 20만 원이 넘었다. 게다가 풍선 준비나 테이블 보 싸기 등 파티 분위기 조성은 파티플래너에게 맡겨 여기에 든 돈도 15만 원. 생일 한 번에 35만 원이라는 거금을 썼다.
그러나 이 씨처럼 집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것은 드문 사례. 맞벌이 가정이 상당수인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손이 많이 가는 생일상을 직접 차리는 대신 외식업계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번거로움을 피하고 아이들끼리 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찾아 돈을 들여서라도 바깥에서 생일잔치를 하게된다는 게 초교생 자녀를 둔 엄마들의 얘기다.
지난 주말 생일을 맞았던 초교 3년생 딸의 생일잔치 비용으로 18만여 원을 썼다는 정모(40·대구 달서구 월성동) 씨는 "돈으로 생일상을 산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편하고 경제적"이라며 "아이들도 오히려 바깥에서 먹는 걸 더 좋아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날 아들 친구 등 10명을 데리고 시푸드 음식점에서 10여만 원, 여러가지 놀이기구가 있는 실내놀이터에서 2시간 동안 아이들을 놀게 하고 음료수 값 등으로 4만여 원을 썼다고 했다. 여기에다 아이들 사이에 10여만 원을 호가하는 휴대용 비디오 게임기 열풍까지 불면서 초교생 부모들은 생일선물 마련이 부담스럽기 짝이없다.
이에 대해 정종진 대구교대 교육심리학 교수는 "자녀가 보통 한두 명 정도다 보니 경제적 여건만 되면 생일잔치를 잘 해주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아이들의 심리상 이를 당연히 여기게 되면 감사의 마음이나 부모 생일 등에 대해 무감각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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