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미숙아 쌍둥이 키우는 최미진씨

"장애 가졌지만 세상의 빛으로 자라다오"

▲ 미숙아로 태어난 쌍둥이 지원이와 지수는 잘 걷지도 못해 힘들어 하지만 엄마만 보면 늘 입가에 웃음을 띤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미숙아로 태어난 쌍둥이 지원이와 지수는 잘 걷지도 못해 힘들어 하지만 엄마만 보면 늘 입가에 웃음을 띤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입양 보내라 했잖아. 양육비 타령할 거면 다신 연락하지 마."

쌍둥이 병원비 걱정에 밤잠을 뒤척일 때마다 들리는 전 남편의 음성이다. 그녀는 남편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울다 잠을 깬다. 혼자 해낼 수 있다고 수없이 다짐하지만 두려움은 늘 숨어서 발목을 잡고 있었다. 옆에는 새벽녘의 어둠 속에서 옅은 숨을 내쉬며 잠든 쌍둥이 자매의 모습이 보인다. 미숙아로 태어나 죽을 고비만도 수차례 넘긴 장한 딸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살아 내 곁에 있어줘 정말 고마워."

최미진(35·여·가명) 씨가 쌍둥이 자매를 만난 것은 지난 2003년 4월. 임신 7개월 만에 갑작스레 찾아온 진통으로 의식을 잃은 후 4일 만이었다. 1.7㎏으로 태어난 쌍둥이는 인큐베이터에 있었다. 시험관 시술로 겨우 뱃속에 품은 아이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엄마라는 생각뿐이었다.

그 후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병원에선 쌍둥이의 목숨이 위태하다고 했다. 뇌출혈을 일으킨 둘째 지수. 미숙아 망막증이 찾아온 첫째 지원이. 그러나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가 고통을 견뎌내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의료진은 채 3㎏이 나가지 않는 쌍둥이이게 칼을 댈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만 흘렀다. 뇌출혈을 일으켰던 지수는 뇌성마비 1급 장애를 가지게 됐고 첫째 지원이는 두툼한 돋보기 안경 아래에서만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이 되고 말았다.

거칠게 몰아닥쳤던 소용돌이 속에 그녀는 남편을 챙길 겨를이 없었다. 술을 먹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늘어갔고, 병원을 찾지 않는 일도 거듭됐지만 두 살 어린 남편의 한순간 방황이라고만 여겼다. 남편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어느 날 갑자기 다가선 참담하고 암담한 현실을 남편은 믿지 않고 싶었을 것이라며, 그래서 잠시 술로 잊어버리려 한다고. 그러나 한번만이라도 우리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바람뿐이었다. 남편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고 아이들은 단 한번도 아빠의 체온을 느끼지 못했다.

결혼할 때 장만했던 4천만 원의 전세금은 모조리 병원비로 들어갔다. 골반 뼈가 빠져 걷지 못하는 지수는 4년째 신경치료와 재활치료를 받고 있고, 자라면서 다리가 굽는 지원이 역시 교정치료를 받아야 했다. 면역력이 약한 자매는 장애 외에도 갖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도 쉽게 의식을 잃곤 했다. 뇌성마비인 지수는 탈장 수술과 안구 수술을 반복하며 끈질긴 생을 이어왔다.

18일 오전 대구 동구 신천동의 집에서 최 씨를 만났다. 그녀는 연방 콧물을 흘리며 기어다니는 지수를 돌보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올해 네 살. 그러나 지수는 걷지 못했다. 시력도 약해 두꺼운 안경을 써야만 했다. 이런 지수에게 쌍둥이 언니인 지원이는 유일한 친구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지수는 내가 돌봐줄 거예요. 제 동생이잖아요." 또래보다 한참 작은 몸짓의 지원이는 다부진 말투로 지수를 챙겼다. 아픈 동생을 챙기며 장난감을 만들어주는 지원이를 바라보던 그녀는 금세 눈을 돌린다. 이젠 아이들도 어렴풋하게나마 눈물의 뜻을 알 것이라는 생각에 조심을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꿋꿋하게 키워낼 겁니다. 장애를 가졌지만, 아빠에게 버림받았지만 세상의 빛이 되게 키워낼 겁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 대구은행, 예금주는 (주)매일신문사입니다.

♠ 여대생 정희경 양에게 성금 1천259만원 답지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18일 삼남매를 키우며 위암과 투병 중인 이진숙(48·여·본지 5일자 10면 보도) 씨에게 1천197만 7천900원의 성금을 전달했습니다. 성금을 받기 위해 첫째 아들과 함께 매일신문사를 찾은 이 씨는 "성금 보내주신 분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은 아이들을 잘 키워내는 것뿐"이라며 "밝고 건강하게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 씨와 함께 신문사를 방문한 첫째 보람(12)이는 "공부를 열심히 해 꼭 보답하겠다."며 늠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편 사업 실패 후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 그 충격으로 정신을 놓아버린 어머니, 열 살 터울의 막내 여동생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여대생 정희경(19·가명·본지 12일자 10면 보도) 양에게 28개 단체, 115명의 독자분께서 1천259만 3천700원의 성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재)춘곡장학회 100만 원 ▷재구 임씨종친회 청장년회 91만 원 ▷초광력학회 팔공산 빛 명상회 60만 원 ▷하이트맥주㈜ 대구지점 50만 원 ▷㈜태원전기 50만 원 ▷국제전기㈜ 30만 원 ▷㈜현대전기 30만 원 ▷경신교육재단 20만 원 ▷신행건설 20만 원 ▷한영한마음아동병원 20만 원 ▷우리병원 20만 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 원 ▷계명부인회 15만 원 ▷황형기내과의원 10만 원 ▷수흥섬유㈜ 10만 원 ▷현대주유소 10만 원 ▷㈜나남커뮤니케이션 10만 원 ▷평리한의원 10만 원 ▷한라효흥장학문화재단 10만 원 ▷대경ENG 10만 원 ▷세광한의원 10만 원 ▷유신전기 10만 원 ▷경동치과 5만 원 ▷대구영광교회 5만 원 ▷㈜월드 5만 원 ▷이브자리수성점 5만 원 ▷김영준치과의원 5만 원 ▷범어성당4구역10구3반 5만 원

▷서봉수·이신덕 천수영 50만 원 ▷이남옥 성호상 20만 원 ▷이태용 15만 3천700원 ▷이정희 14만 원 ▷정휘경 노경애 한승호 정미경 정영애 유명식 최창규 서병길 김복만 임영수 이명미 이재은 이승엽 도창렬 박수원 손병욱 각 10만 원 ▷박승호 전홍영 배승호 강은숙 노재영 노광자 장레지나 서희돈 윤흥섭 이문호 안영호 이윤정 이현목 주광지 정봉교 박병후 강진태 김민철·희경 각 5만 원 ▷김정욱 김창수 4만 원 ▷이인순 남종훈 성춘택 양승락 박수정 손명수 박태일 장재욱 조순희 전상욱 이해수 김국선 전진문 방계영 서은희 구회덕 장경희 김태욱 조영호 송영완 전소은 구본섭 한동언 각 3만 원 ▷김홍대 장이화 이동근 윤대현 이준교 신희주 이정선 이용도 신광련 김현태 권윤기 최성진 성영식 이옥순 방순옥 각 2만 원 ▷이강연 이상숙 정해영 윤영열 정동춘 이소석 김정호 노현선 이상주 진수진 진희진 백상기 박혜성 김수일 문재윤 편복식 김정만 박태용 최태호 김영희 김경태 안성근 김창수 한주옥 홍양표 유창식 김명훈 남복현 서동숙 각 1만 원

또 '무기명'이라는 이름으로 한 분이 20만 원, '희망나눔'이라는 이름으로 한 분이 12만 원, '원일파템주', '486'이라는 이름으로 두 분이 각 10만 원, '힘내요'라는 이름으로 한 분이 5만 원, '무명'으로 한 분이 1만 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저희 '이웃사랑'에 관심과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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